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963

남편으로부터 도망치기


BY 비비 2014-11-27

수많은 이유를 대며 남편곁을 떠나려했다.

대부분 가정에서의 아내의 역할이 70-100%라면 나 역시 그랬다. 일을 하면서 부터는 남편과의 대화는 일 이야기뿐, 집과 사무실의 구분이 없어졌다. 출퇴근도 함께하니 그 시간마저도.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함께할 수 있고 무엇이든 공유한다는 생각에 행운은 내편이라 여겼다.

그럼에도 남편에게 늘 지적당하기를, 나는 날마다 주눅들었고 인격적인 모욕을 들을때마다 점점 초라해져갔다. 최선은 사회경험 없는 내가 참아야하고 무조건 배워야 하는 현실이었다. 설령 부당한 대우여도 남편이니까 괜찮아위로했다.

  

내가 왜 여기 나와서 고생이야

당장 그만둔다 하자혼자 끙끙 앓았지만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면 어느새 다시 남편 옆이였다. 그러나 그의 위로는 나를 달랠 때 쓰는 무기였을 뿐,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이러다가 내 명대로 못살겠다 싶어 100일을 못 버티고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찾아간곳이 집근처 백화점이었다.

당신하고 일하느니 차라리 여기가 낫겠다며 그 힘들다는 백화점에 들어갔다. 내가 고생하는걸 보면 그가 고통스러울거라 생각하며.

며칠간 백화점 교육을 받고 일을했다. 쇼핑만 하던 공간에서 일을 하는 내가 낮설고 생소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변변한 직업을 가져본적 없는 내가 구르기 딱 좋은 곳이었다.

 

7일간의 행사일정이 잡혔다.

행사장의 넘쳐나는 고객들로 점심도 저녁도 먹는둥 마는둥 혼자서 자리를 지켰다. 매일 기진맥진 되었지만 남편에게 보란 듯이 버텼다.

7일간의 행사를 마치고 퇴근을 하는데 백화점 앞에서 남편이 기다리고 있었다.

앞으로 무시하지 않고 나를 인격적으로 대해주겠다며 다시 돌아와 달라고 설득했다. 나는 또다시 무너지고 말았다. 내가 필요하다는 간절한 그의 말에.

 

1,2, 3년의 정신없는 시간들이 많은 경험과 사회인으로 자리를 다지게 했고 역시 남편은 언제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었다.

평생 남편 옆에만 있으면 일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으니 만족스런 삶을 살것만 같았다. 그러나 남편과 아내가 작은 회사의 공간에서 견뎌야 하는 고충은 이중,삼중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내라는 약점은 남녀불평등의 관행처럼 내게도 적용되었다. 어느 모양으로도 나는 불리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늘에 해가 둘일 수 없듯 회사의 대표는 남편이었고 그런 부담감은 아내인 나의 인격과 자존심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웠다. 출퇴근 시간이면 마음속에 박힌 탄알들을 꺼내보이며 낱낱이 업무 보고하듯 보고했다. 아프다고 달래달라며 위로를 받아냈다. 한동안은 그러는 척 해 주었다. 그러나 기세는 늘 남편에게 밀리고 출퇴근 차안에서의 내 자유와 퇴근후 집에서의 내 자리를 잃어갔다. 내 유일한 쉼터의 공간이 사라지자 억울함이나 항변할 시간마저 상실한채 우울했다. 소음제거된 스피커처럼 내 말소리는 더 이상 그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점점 투명인간이 되어갔다. 한가지 파악한건 열심히 그의 옆에서 일하는 것, 내가 열심히 일할 때 그는 나를 아끼고 존중했다. 내가 존중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일' 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