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한지 일주일째 되어갈땐 어찌 된건지 멀쩡하게 걸어 들어 왔다가
하루종일 잠만 재우고 저녁밥 먹고 또 재우고 ...
화장실은 가야겠는데 의지데로 잃어나지질 않는다.
화장실엔 벌레와 괴물같은 것들이 스물거리기 시작하고...
약에서 깨어나서 보니 떨어진 물방울들이었다.
그사이 40대 중반쯤 보이는 별로 이뻐 보이지도 않는 환자가 입원했다.
눈은 굴리굴리 ....눈이 무서웠다.
아무 말없이 가지고온 가방에서 전공서적 처럼 보이는 책을 7~8권을 꺼낸다 .
저 많은 책들을 언제 읽을려고..자기과시가 심한 여자군..
난 침상으로 겨우 올라가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넋나간 모습으로
책을 꺼내고 생필품 꺼내고 우리는 환자복을 입었는데
유별나게 츄리닝을 챙겨 입는다.
난 너네들하고 틀리다는듯이... 차별화 시킨다.
약물에 쩌려있지 않았으면 충분히 이해할 문제지만
이런 모습도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이상한가 ? 그녀가 이상한가 ?
나도 이 병동에 점점 적응이 되어가는건가 ?
어찌 되었던 하루정도는 서로가 말이 없었다.
약물에 휘둘려 내가 정신을 못차렸다.
돼지처럼 주는 밥만 먹고 한웅큼의 약을먹고
바로 깊은 수면으로 빠지고.
그녀와 나는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저녁쯤이면 내가 약물에서 깨어나 정신이 돌아온다.
그녀가 말을 붙인다.
"언니 많이 아퍼 ? 자다가 손을 많이 휘젖네 왜그래 ? "
"내가 ??? 왜 그랬을까 ?? "
"침대에서도 일어나지도 못하고 겨우 난간을 잡고 내려와선 넘어지고 ~ "
내가 그랬단다. 그랬다. 혀도 말려 들어가 말도 할수 없을 정도로 이상해져갔다.
그럼 넌 왜 이런 병원에 입원했어 ?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구만 .....어늘하게 물어보았다.
그녀의 얘기가 시작된다.
친정아버지가 자기를 입원시켰단다. 망상환자란다. 난 듣고만 있었다.
"언니 세상에는플라토닉러브가 과연 있을까 ? "
"무슨 플라토닉러브 ?? 그런게 어디있어 ?? "
"아가페 아니면 에로스겠지 ................. "
속으로 음 ~~ 그래서 들어왔구나. 심하니까
내가 막 웃었댔다. 아니 요즘 세상에 플라토닉은 자녀관계에나 존재할까 ?
요즘은 젊은 맘들은
그것도 귀찮아 어린이를 학대하거나 죽이거나 ~ 뉴스에 연일보도 된다.
플라토닉러브가 어디에 있을까 ? 근데 그녀는 있다고 열변을 토한다
누구땜에 입원할 정돈데..?
칫과의사 두명이 자기를 끔찍히도 사랑한덴다.
자기는 이혼을 일찍했는데 어느 칫과의사를
선택해야할지 모르겠단다.
치과를 다니다 보니 잘생기고 친절한 의사가 마치
자기를 사랑하는것처럼 착각을 하고 있나보다.
내가 볼땐 치과의사가 왜 저런(?) 여인을 사랑할까 ? 책을 바벨탑 같이 쌓아 놓았길래
직업이 뭐냐고 물었더니 교사란다. 음 그래~ 외모는 아니어도 의사와교사 ?
그럭저럭 조합되는 그림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세가지 사랑논쟁은 치열하기 짝이 없었다. 세가지 사랑을 못알아 듣는다.
어째 선생이 기본 세가지 사랑을 모르냐규. 그저 플라토닉 밖에 모르네...
진짜 직업이 뭐냐고 물었더니 학습지교사란다.
친절하고 치료 잘해주고 잘생긴 칫과의사와 혼자서 사랑에 빠져버렸나 보다.
나중엔 날 쳐다도 보지 않는다. 그것도 너무 웃긴다. 아직 어리니..병이라하니..
의사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착각이 너무 심하니까 친정아버지가 입원을 시켜버렸다.
무서운 눈으로 날 쳐다보기만 해도 섬찟하였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정신병자라하니 그녀와 나는 거리도 멀어지고
그녀가 무섭기조차했다.
망상환자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속으로는 얼른 이곳을 탈출하는것만이 내가 살길이다를 부르짖으며.....
이곳에 와보니 멀쩡한 사람도 미쳐서 나가겠다.
내가 왜 여기 들어와서 온갖 인생얘기를 들어야하나 ? 스르르 잠이들어버린다.
이 병원에서 탈출하는 꿈을 꾸면서. 계획하면서.
오래전 영화 '미저리'를 대하는 느낌 .............
여주인공 캐시베이츠의 눈에 담긴 살기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