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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하트]시청자 반기들다.


BY 한이안 2013-12-23

 

요즘 드라마 작가들은 시청자가 우스운가 보다. 막장과 극단을 아무렇지 않게 넘나든다. 오로라 공주를 쓴 임성한 작가나 왕가네 식구들을 쓰고 있는 문영남 작가나 왠지 막장과 극단 사이를 오가며 시청자의 욕설을 자청해서 돈을 버는 족속들 같다.

오로라 공주는 끝날 무렵 10여 회를 보고는 빠이빠이를 했다. 엉성한 뼈대에, 한두 번 쓰는 것도 조심해야 할 설정을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밥 먹듯 쓰는 듯해서.

한데 문영남의 왕가네 식구들 역시 보고 있자니 구역질이 난다. 결국 채널을 돌리고 말았다. 보고 있으면 몸에 더러운 것이 치적치적 달라붙는 느낌이 다가와 도저히 더는 볼 수가 없어서다.

주말만큼은 모든 것 내려놓고 드라마 한 편은 보면서 홀가분하게 보내자로 살고 있는 나다. 주중에 옥죄었던 삶을 주말만큼은 풀어주자는 생각에 가급적 쉬려고 한다. 내 몸도 주말은 쉬어야 하지 않겠어, 한다. 그래서인지 내 몸도 주말은 용케 알아챈다.

이래저래 주말만큼은 TV를 끼고 사는 것도 허용하자고 내게 주문하여 그리하기로 했다. 한데 TV를 끼고 사는 것도 쉽지는 않다. 채널만 돌리다 리모콘을 집어던질 때가 많으니 말이다.

왕가네 식구들에서 넝쿨째 굴러온 당신내 딸 서영이를 보면서는 느꼈던 그 따스함은 조금도 다가오지 않는다. 아니 그 정도면 다행이다. 속에서 욕지기가 나온다. 그것도 작가에게 향하는 욕기기가 말이다. 그러면서 내가 이 000같은 작품을 보고 있어야 해?’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어제는 그래도, 하며 버텨왔던 기대를 아주 버리기로 했다. 막장과 극단을 오가는 작가들에게 기대는 헛수고일 뿐이다. 욕설을 해대며 보고 있는 것은 자학에 지나지 않는다. 제 살 깎아먹는 시간 죽이기일 뿐이다.

난 결국 왕가네 식구들을 작가에게 돌려보내기로 했다. 극단의 인물들만 우글거리는 드라마에서 정상적인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정상처럼 보이는 사람들조차도 제 역할을 못하고 어중간하게 서성이는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상남이 그렇고, 호박이 그렇고, 왕가네 식구들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왕봉이 그렇다. 다들 잘못을 하고 있음에도 따끔한 호통 한마디 없다. 당하고도 성냄이 없다. 그냥 어중간한 위치에 서서 멀건이 안타까운 시선만 보낼 뿐이다.

인물들이 누구 하나 제 몫을 해내는 사람이 없다. 그냥 모든 인물들이 서로 손잡고 개똥밭에 구르고 있는 느낌만 다가온다.

못된 쪽에 서 있는 인물들에게는 구렁텅이에 풍덩 빠지게 한 다음 스스로 깨달으라 한다. 살면서 그게 흔하던가. 1000명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하다. 한데 문영남 작가의 작품 속 못된 것들이 줄줄이 그쪽으로 줄을 서고 있다. 극단의 성격들을 그렇게 돌려놓고 있다.

멀쩡한 사람을 죽여 대는 임성한 작가나 스스로 똥구덩이로 걸어들어갔다가 나중에야 허겁지겁 빠져나오게 하는 문영남 작가나 하나 다르지 않다. 그래 이번에도 빠이빠이를 하기로 한다. 작가에게 욕을 해대면서 드라마를 봐주기에는 내가 너무 소중하다는 생각이다. 시청자의 욕설이 등장인물이 아닌 작가에게 향한다면 작가는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설정이 너무 형편없는 거 아닌가 하고 새김질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