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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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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 마시는 저녁


BY 새우초밥 2016-04-02



 

     어젯 밤부터 내리는 비가 일요일 아침까지 내리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인터넷 서핑에 열중하면서도 가끔은 습관처럼 창문밖을 유심히 살펴본다.

     반가운 꽃송이처럼 반가운 누가 나를 찾아올지 궁금해하는것도 아니지만

     뒷산의 나무들을 배경으로 빗줄기가 마치 크레파스로 도화지에 줄의 간격을 두고

     사선을 그리듯이 내린다.

     한때는 심심하면 노트에 네모난 공간을 그리고는 빗금긋기를 재미있게 했던적이 있었는데

     어쩜 비내리는 모습까지 재미있게 보이는지 어제 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이제는 조금씩

     그치는 분위기다.

 

     어제 11시 넘어 가족들하고 오랜만에 아버지가 잠들어계신 추모공원에 다녀왔다.

     4개월전 그때는 갑자기 찾아 온 장염 때문에 나는 하루종일 정신없이 잠에 빠져 있었지만

     가족들은 아버지에게 갔었다.

     특히 조카들이 할아버지 보러간다는것을 알고 있는지 너무나 좋아한다.

     사실 조카들은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안방 창문가에 놓아두었던 의료용 침대에 누워 정신없이

     계셨을때  남들처럼 할아버지 손 잡아보면서 입술을 마춰보듯이 우리 손자가 최고라는

     자랑을 하듯이 사랑을 받아본적도 없고 손 한번 제대로 만져보지를 못했다.

     1년에 5~6번 제사를 지낼때 4살된 조카는 잠에 깊이 잠들어도 절을 한다고 하면

     벌떡 일어나 절을 너무 이쁘게 하다보니 2년전 아버지 3일장에서도 조카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절을 열심히하다보니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은 웃음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3일간의 연휴중이였지만 추모공원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추모공원에 생긴지 3년이 넘었지만 아버지는 추모공원에서도 제일 상층부에 계시고

     미리 준비해간 음식들을 올리고 절을 하고 음식을 나눠먹을때 조카들은 밑으로 뛰어갔다가

     요즘 유행하는 싸이의 젠틀맨 노래에 춤까지 추면서 올라오는데 보면 볼 수록 귀엽다.

     

     30분동안 있다가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줄 알았지만 남동생은 아이들을 위하여 근처에 있는

     웰빙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시간이 2시인데 나는 배가 고파서 차안에 있고 가족들이 30분동안 공원을 돌다가 왔는데

     점심겸 저녁으로 다른 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가족들이 처음으로 조개구이를 먹자는 말에

     해운대 모처에 위치하는 유명한 조개구이 집으로 들어갔다.

     운동장처럼 넓은 조개구이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조개구이를 굽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난 조개구이는 좋아하지 않기에 조개의 하얀부분만 조금 먹었을뿐,

     조개구이라고 해봐야 경상도말로 담치라고 통하는 검은 홍합과 가끔 병원 식사 시간에

     나오는 꼬막을 먹어본적 밖에 없다.

    

     어제 조개구이 집에서는 다른 집에서는 볼 수 없는 고급 조개들을 볼 수 있었는데

     비교적 값이 저렴했기에 2번이나 시켜서 가족들은 먹었다.

 

     조개구이 적당히 맛만보고는 식사 조금하고 한참 후에 나온 따뜻한 누롱지를 마신다.

      시골풍 입맛인 나하고는 잘 어울린다고 할까,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지냈기에 부엌에서

      나무를 넣고 불때면서 검은 숱으로 밥짓는 숙모님을 곁에서 가끔 만들어주시는 누룽지

      간식으로 맛있게 먹었고 또 가끔은 누룽지 물를 만들어서 나에게 주셨는데

      그 맛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기에 지금까지도 가끔 누룽지 만들어먹거나 누룽지 물을

      만들어서 마시기도 또 때로는 보리차도 마시기도 하지만 누룽지는 고소함 때문에

      더 찾게되는것은 아닌지 어제 처음 조개구이집 갔지만 이제는 갈일이 없을것 같다.

      차라리 보쌈집이나 국밥집이 나에게는 환상적인 궁합처럼 잘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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