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에 눈을 떴다.
그 시간쯤 장마비가 내리는 것을 보면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벽에 붙어있는 소파에 누워 베란다쪽을 바라보면서 비가 내리는
풍경을 바보처럼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비 내리는 풍경을 좋아하는 나는 가끔 비가 내리면
방충망이 있는 베란다 창문 앞에서 비오는 풍경을 감상하는것이
나의 취미중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어린시절 시골에서 살고 있을때 장마철이 되면 마루에 누워
세차게 내리는 장마비를 유난히 좋아했는데 어쩌면 그때부터 나는
비가 내려도 그 모습이 우울하고 짜증난다는 것 보다.
비 내리는 자체를 즐기면서 친구처럼 또 때로는 우상처럼
나의 마음속 깊이 간직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비가 내리는 날이면 전화를 걸고 싶다.
핸드폰속에 저장되어 있는 내가 아는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보면서
예전에 알았던 친한 사람들이나 그리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싶지만 그냥 그대로 있고 싶을때가 있다.
내가 가끔 전화를 거는 사람들에게서 어느날 갑자기처럼,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동안 잘 살고 있는지
안부를 묻은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지만 혼자 있는날과 비가 오는날에는
핸드폰은 나에게 너무 외롭다는 표현을 하고 있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를 그동안 잊었을까 나를 기억이라고 하고 있을지
예전에 내가 만남이라는것을 즐겁게 하고 있을때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문방구에서 구입한 투명한 돼지 저금통을 가져간다.
"이 저금통으로 저축도 하시고
그리고 나중에 이 저금통이 채워지면 나중에 뜯어서
가족들하고 식사라도 하세요"
나이를 떠나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떠들고 할때
나는 사람들에게 추억하나를 심어주었는데
5년이 흘러가고 10년이 흘러간 현재 나에게서 투명 돼지 저금통을
소중한 마음으로 받아간 그들은 나를 기억이라도 할 수 있을지
사람의 만남이란 떄로는 기찻길을 걸어가다보면 만나지 않는
일직선 선로를 걸어가는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머물고 싶은 만남이 아닌지도.
나에게 있어서 곁에서 머물고 싶어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몇일전 밤,
나는 과거의 기억속의 프로그램속에 들어있는 내가 아는 사람중에서
어떤 누나 한명을 다시 과거에서 현재속으로 꺼집어내였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가면서 알게된 관광버스 안내원 누나였다.
그때 내 나이 17살에 그 누나 나이 23살이였다.
수학여행을 가면서 선생님 바로 옆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3박4일동안 알게된 안내양 누나였는데 수학여행 마치고
우연치고는 희안하게도 수학여행을 다녀오고 한달후,
추석때 아버지 회사에서 마련한 버스가 바로
내가 수학여행에서 탔었던 바로 그 버스였고
시골가는 그날 바로 그 누나를 다시 보았고 인사까지 했다.
그리고 학기말 이후로 다시한번 더 보면서 차까지 마셨는데
그 이후로는 만나지 못했지만 내가 살아가면서 알고 있는 사람들중에서
참 좋은 누나로 기억이 되었다.
그분과 남겨진 추억이라면 선생님과 친구 2명하고 찍었던
칼라 사진밖에 없는데 지금 그분은 40대 후반을 바라보는
평범한 주부가 되어있을지 모르고 얼굴이 얼마나 변했을지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사람과 사람들이 만나는데
어쩌면 그 누나가 보고 싶었기에 나의 추억속의 한 페이지에서
강제로 꺼집어내였을것이다.
그분과 다시 만나면 사람들이라면 이런 안부를 물을것이다.
"요즘 뭐하니?"
"저 요즘 신장투석하고 있어요..."
이 말 보다는 회사 생활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고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차마 그런 말을 하지 못하는것이 그때 얼굴 보다는
너무 많이 야워여 있을것이니까.
사람은 누구나 잘 되어서 자신이 아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면 좋은것인데 불행하게 되어 있다면 만나는 사람이
어쩌면 부담을 더 안고 있을지도
갑자기 비가 더욱 더 세차게 내린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베란다에 서서 하늘을 쳐다 보는데
1~2시간정도 가지고는 그칠 비가 아니다.
갑자기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10년전 내가 pc통신 게시판에 방송대 이야기를 올렸더니
어떤분이 나에게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보내왔고
내가 서울가는길에 그분과 광명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아기를 낳은지 몇일되지 않는 나보다 1살 많은 주부였다.
자신도 방송대를 졸업했다면서 나의 이야기에 큰 공감을 보였고
2층 커피숍에서 차 한 잔씩을 마시면서 오랜시간 이야기를 하였고
그분은 나에게 신부전을 앓아가는 동안에도 공부를 열심히 하기에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같이 식사를 하였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헤어졌다.
그리고 1년에 한번 서울에 가는 날이면 그분과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분과도 좋은 추억을 쌀았다.
비가 내리는 이 아침에 그분에게도 전화를 걸어서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고 싶었지만 요즘 그분은 다른분하고 어떤 사업을
동업으로 하시는지 바쁘다고 하셨다.
비는 그렇게 나에게 어떤 추억들을 하나씩 과거속에서 현재로
꺼집어내였는데 다시 넣을때는 아쉬움을 동반하고 있을것이다.
다시 내방으로 들어갔을때는 아침 8시다.
이제는 나의 추억속의 앨범속에 머물고 싶은 사람을 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