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3.21
현재 내가 거주하는 집은 온갖 꽃들이 피여나는 산이 보이는 아파트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내가 하는 일이라면 베란다 창문을 통하여
창박의 세상을 바라보는 것인데 산에 피여나는 꽃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계절이 어떤 계절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요즘처럼 겨울에서 봄으로 이여지는 3월에는 진달래꽃 부터 개나리꽃
그리고 아카시아 꽃잎이 산에 풍성하게 피여있는것을 보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산에 피여있는 온갖 꽃들을 본다는것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가질 수 없는 행복이 아닐까
몇일전 아침식사를 마치고 30분동안 산행을 할려고 산으로 올라가면서
붉게 피여나는 진달래꽃의 무리와 노랑색을 보이는 개나리꽃의
무리들을 잠시 보고는 또 다시 산행을 올라가는데 윗쪽에서
나보다 먼저 이른 아침에 산을 올라갔던 한 명의 남자가 내려오는데
그 사람의 손에 작은 라디오 하나가 쥐어져 있는지 노래가 흘러나온다
"골목길 돌아서...지나가는 내 그림자..."
그 남자의 손에 들려있는 작은 라디오에서 80년대 그 시절에
자주 들었던 골목길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왜 그리도 반가운지 내 곁을 말없이 스치고 지나가는 그 사람과
조금씩 멀어지는데 갑자기 나의 머리속에서는 6년전
지금의 아파트에 이사오기전까지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 부모님이 장만하셨던
방 4개의 단독주택이 생각났다.
집이 언덕에 위치해 있기에 옥상에 올라가면 동네가 다 보이고
대문을 열고 나가면 골목길 안에 위치해 있기에 오른쪽으로 돌아서
골목길을 나가면 넓은 길과 연결이 되는데 넓은 길과 붙어있는
어느 집을 지나가다 보면 어느 계절인지 몰라도
가끔 장미나무에서 뻗어져 나오 빨간 장미 줄기가 골목길을 넘어와 있는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 장미를 보면 웬지 기분이 좋았기에
어떤때는 한송이를 꺽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때도 있었다.
10년전 어느날 골목길을 나오면 보이는 1층으로 이루어진 어느 집에서
2층을 올렸다.
그런데 그 집에서 2층을 올리니까 옆에 있는 단층집에서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2층 집 올리기 경쟁이 붙기 시작했는데
내가 살던 집만 제외하고 내가 살던 동네의 단층집에서는
전부 2층을 올렸고 골목길 안쪽에 있는 집들은 전부 골목실의 풍경을
갈색의 집들로 변모를 시켰다.
그리고 작은 강아지를 키울때는 골목길을 통하여 집으로 들어가기전
강아지는 어떻게 가족의 신발소리를 아는지 골목길을 통하여
사람들을 마중을 나오는데 장미꽃 아래서 강아지를 반갑게 맞이하는
그 마음은 골목길에서 흘러가는 세월의 흔적을 남기고 있는것은 아닌지
지금처럼 기름 보일러가 없을때는 연탄을 사용했다.
하루종일 연탄을 때우고 나면 골목길 앞에 갖다 버리는데
4~5년 주기로 눈이 내리면 길이 미끄러우니까 골목길 앞에 갖다두었던
낡은 연탄을 깨서 길바닥에 뿌리면 몇일동안은 골목길을 비롯한
넓은 길이 어지럽게 보이지만 또 몇일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누가 마법을 부렸는지 깨끗한 골목길로 변신하는데
몇일전에는 우연히 컴퓨터로 위성사진으로 찍어놓은 어떤 길을
자세하게 검색하다가 단독주택에서 살았던 그 전 동네로
마우스로 옮기기 시작했다.
5년만에 위성사진으로 만나는 15년동안 살았던 우리집이다.
옥상 오른쪽에 파란색의 물탱크가 보이고 작은 골목을 보고 있으니까
예전에 헤어진 옛 애인을 다시 만나서 해후하는 마음처럼
가슴이 뭉클했고 삶의 추억이 남아있는 그 골목길을 찾아가고 싶다는
그리움의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