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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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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BY 새우초밥 2016-01-25

 

2013.12.23

 

지난 금요일 저녁 8시 뉴스 일기예보 시간에 평소 안면이 있는 여자 기상 캐스터가 전하는

토요일 아침의 전국적인 날씨를 알려주는 칼라 전광판에는 서울의 아침 날씨가

영하 6도라고 선명하게 보여지고 얼마나 추울지 짐작이 된다.

지난주 서울쪽에서 몇 일동안 눈보라가 심하게 날리고 온 세상이 눈의 세상으로 변할때

내가 사는 도시 사람들은 언제 노크하고 올지 모르는 눈 구경하는것은 tv에서만 보았을뿐

그중에 한 사람 나는 체크무늬 우산속의 작은 창문으로 세상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20년전 10대후반때 성남에서 거주하는 작은 아버지의 부탁으로 처음으로 올라갔을때

처음 맞이하는 추운 겨울속에서 이른 아침에 현관문을 열어보니 내가 사는 이곳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추위가 밀려들어오는데 마치 침으로 찌르는것 같은 그런 추위속에서

우스게 소리로 적도에 사는 사람이 추운지방에 가보니 도저히 못 살겠더라는 말이 있듯이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살아 온 나에게는 서울쪽의 추위가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투석중에 추위 생각에 문득 생각난 서울사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에게 카톡하자고 했다.

지난주 아들의 고등학교 진학문제로 고민중이던 이 친구의 고민은 자신이 생각하는

고등학교로 아이를 보내고 싶지만 아이는 자신이 가고자하는 학교로 진학하고 싶다는

이야기에 친구들에게 고민 상담을 했었다.

초등학생시절 나는 이 친구집이 만화방이였기에 일요일 아침이면 500원을 받아서

이 친구 집으로 만화를 보러 가는것이 습관처럼 굳어졌으며 그 시절 만화보는것은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이 친구하고의 대화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투석 미치는 시간이 금방 찾아왔다.

멀리서 가깝게 들려오는 앰브란스 차량의 경광등 소리가 어느순간에 멈춘다.

이제는 너무 익숙한 그 소리다.

3층에서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면서 보이는 불꺼진 병원 로비 한쪽에서는

젊은 학생 연인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보인다.

제대로 어두운 로비 의자에 앉아 누구 생일인지는 몰라도 생일 케이크가 아닌

초코파이 몇개를 쌓아놓고는 그 위에 작은 촛불 올리고는 그들만의 생일 잔치하는것을

멀리 떨어져 보고 있으니까 그들이 부러웠다 나는 학창시절 저렇게 생일 잔치했었던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는길이 너무 추웠기에 지하철 타러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기에

버스타고 싶은 마음에 5분 거리에 있는 버스 정류장 안으로 들어갔을때

마침 바로 앞에 보이는 의류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어느 여자 팝 가수의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오기에 들어보니 호주 가수 올리비아 뉴튼존이 예전에 불렀던

제나두라는 노래를 한참 듣고 있을때 버스가 도착하기에 올라타면서

그녀의 노래를 듣고 싶었기에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내가 앉아있는 자리는 버스 타이어가 있는 그 자리,

갑자기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예전에는 버스타면 맨 뒷 좌석에 앉는것이 나에게는

유일한 낙이였지만 언제부터인가 중간 자리에 앉게되는 나를 보았다.

나도 이제는 늙어가는것일까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 어느 하나의 집착에서

벗어난다는 어느 시인의 말이 있듯이..

옆에 가방을 어깨에 매고있는 학생이 보이기에 가방을 받아주고 싶은 마음에

손을 내밀었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이상하다.

내가 학창시절에는 버스타면 가방매고 있는 학생들이 보이면 무거운것을 알기에

일부로 받아주는것이 미덕이였지만 세월이 흘러가다보니 그것도 어느 박물관 유적

코너에 들어가는것인지 몰라도 요즘은 버스 안에서 가방 받아주는것이 없다.

그렇고 보니 예전의 생활이 너무 좋았는데 요즘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이다 보니

요즘 아이들은 그런것을 모르는것은 아닌지 웬지 모르게 서글프게 보인다.

 

앞에 보이는 커풀은 내가 버스타고 가는 20분동안 서로 아무말 없이 카톡에만 열중하고

커피숍에서도 연인들은 이야기하지 않고 폰으로 카톡만 하다보니

그들이 이야기를 할려고 들어온것인지 아니면 카톡할려고 들어온것인지 거끔은

하루종일 옆에 두고 생활하는것 보다는 나처럼 폰이 있어도 나는 거실에서 tv 볼때는

내방에 폰을 방치해두는 스타일이고 전화가 오던지 메세지가 도착하면 보는 스타일이라

기계에 저당 잡히고 싶은 마음은 없다.

버스안의 온기 때문인지 왜 그렇게 잠이 올려고 하는지 한 코스만 가면 내리기에

정신차리고 내리는데 또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에 바로 옆 가로등쪽을 올려다보니

빗줄기가 바로 내리지 않고 사선처럼 옆으로 내리고 바로 뒤에 보이는 어느 중국집

가게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가게 셔터를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