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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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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의 냄새


BY 새우초밥 2015-03-06

 

 

       "우리 나원이 향기는 무슨 향기?"  

       "저는 장미꽃 향기예요..."

 

   지난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제수씨는 두 조카를 우리집으로 올려보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기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아이들이 올라오는

   그 모습에서 벌써부터 반가움이 묻어난다.

   이른 아침에 올해 6살 올라가는 나원이에게 재미로 넌 무슨 향기가 좋냐고 물어보니

   장미꽃 향기가 좋다는데 그 어린 나이에 장미꽃을 알고 있을까 싶었지만

   어린이집에서 장미꽃을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문득 4년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냄새가 생각났다.

   2004년 가을에 갑자기 새벽에 구토를 하시면서 1시간만에 앰브란스타고는

   병원으로 가는데 그 기분이란 묘했다.

   병원에 급하게 갔지만 머리중간에 고여버린 물을 빼지 못한다는 말에 아버지는

   일주일이 고비라고 했다.

   중환자실에서 하루 3번 면회할때마다 들어가서는 10분동안 처음으로 아버지 손과 발

   그리고 얼굴을 딱아드릴때 느껴보았던 아버지의 팔의 느낌이란,

   연세 70 넘었지만 집안 내력인지 몰라도 남자 피부치고는 정말 부드러웠다.

   학창시절 아버지하고 몇번 목욕갔지만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부드러운 피부를 만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냄새까지 맡을 수 있었는데 마치 아이들 보습용품 냄새 같았다.

   사실 그시절에는 아버지하고 같이 목욕하여도 건성으로 등을 밀어드렸다는 말밖에 안되는데

   아들로써는 너무 무심했던것이 아닐까.

  

 

   일주일 고비 넘기고 식물인간으로 들어가버린 아버지,

   7년동안 병원과 집 그리고 요양병원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집에서 보낸 세월이 많았지만

   당신의 몸 절반이 이미 굳었고 자연적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사람들의 손을 빌어야하는

   상황에서 말씀도 못하기에 하루 4번 식사시간과 간식시간에 식이용 음료수를 드리고

   가족들이 아버지를 끔찍히도 정성으로 돌보았기에 등에는 보통 그런 환자들에게 흔하다는

   욕창 한번 없었고 의사들은 놀릴정도였다.

 

        "누워있는 환자일수록 자주 딱아드려야 한다"

 

   요양병원에서도 몇번 있었지만 그쪽 사람들의 정성이 가족처럼 그렇지는않다.

   어머니는 당신의 철직을 철저하게 준수하셨다.

   한번은 병원갔다오면서 안방에 들어가서 의료용 침대에 누워계시는 아버지 손을

   한번 만져보니 변함이없고 뽀송뽀송하다.

   저 손으로 이 못난 아들을 가르쳤고 아들이 바보같은짓하면 저 손으로 야단쳤을 손인데..

   그리고 아버지에게서는 항상 변함없이 아이 보습용품 냄새처럼 그 냄새가 보이는데

   특히 팔뚝을 보고 있으니까 한결 부드러웠기에 왜 진작에 아들이 아버지 냄새를

   맡아보지 못했을까 싶었다.

   그리고 4년전 12월31일 마지막날 생명선이 끊어지면서 돌아가신 아버지 이마를 만져보니

   얼음장처럼 차갑다.

   사람은 생명이 끊어지는 순간 따뜻한 피가 차갑게 변한다는데 처음 보았으니..

   그 순간 아버지를 지탱하고 있었던 그 향기로운 냄새도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순간이다.

   장례식장에서 3일후 혼자 직원 따라서 들어가서는 그쪽으로 보내드릴때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인사하면서 잘 가시라고..

   한줌의 재로 돌아 온 그 무거운 항아리를 안고 집으로 그리고 다시 추모공원으로 갈때까지

   아버지는 따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