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8일,금요일-비와 함께 여름이 간다
올여름 우리를
괴롭힌 건
‘더위’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8월 하루 전력 사용량이
사상 최고치에 오르는 날엔
대체로 급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졌다.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어김없이 가을을 재촉하지만,
여느 때처럼 건조한 가을은 아닐 듯하다.
버스에서 할머니 두 분이 투덜투덜.
“요새 날씨가 이상햐.”
“글게 말여. 환허다가두 갑자기 비가 솔찮이 쏟아진당게.”
“날씨가 이러믄 다리가 쑤셔.”
“다리 아픈 사람만 (버스에서) 앉아 가고
성한 사람들은 다 서서 갔으믄 좋것네.”
습기 찬 버스 안에서
킥킥 작은 웃음이 번져간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우산이 거의 매일 출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비가 잦아들 때쯤
가을이 와 있을 것 같다.
100일간 붉은 꽃을 피운다는
백일홍(百日紅)은 억세다.
장마철 꽃을 매달기 시작해
강한 폭풍도, 뜨거운 햇살도 다 견뎌 낸다.
드디어 8월 말,
여름을 보내며 들판을 붉게 뒤덮는다.
시인 이성복도
‘그 여름의 끝’이라는 시에서 백일홍을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라고 했다.
백일홍처럼 굳건히 여름을 견딘
당신에게 반가운 소식.
이렇게 비와 함께
여름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