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9일,금요일-추위가 와야 알게 되는 온정
텅 빈 겨울 산.
일무소유(一無所有).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더욱 충만하다.
뼈만 남은 나무들. 찬바람에 무릎이 얼마나 시릴까.
앓는 소리 한번 내지 않고 묵묵히 서 있다.
저물녘 빈 들.
어린 보리들 입 앙다물고 온몸으로 삭풍을 맞는다.
느끼한 세상.
얼음 동동 뜬 물김치 한 사발
벌컥벌컥 들이켜 볼까.
새벽 찬물에 머리를 한번 헹굴까.
“겨울이 돼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논어 자한 편에 나온 말이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에 유배된 후에야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는 유배된 자신을 잊지 않고 책을 보내 주는
제자 이상적에게 감동해 ‘세한도(歲寒圖)’를 그려 줬다.
요즘 같은 겨울 추위 속에서도
초라한 집 한 채를 지키는 ‘송백(松柏)’ 몇 그루.
당신의 송백은 과연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