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8일,목요일-회색안개속 호연지기
온 도시가 회색 안개에 잠겼다.
희뿌연 안개가 낮게 깔려 주위 모든 사물이
흑백사진 주인공 같다.
통상 봄, 가을에나 끼는 연무(煙霧)가
겨울의 허리를 장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란다.
하지만 코트 깃을 올려 세우며
낭만을 반추하기엔 위험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약한 황사와 맞먹는다니
서랍 한 쪽에 넣어둔 마스크를 꺼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이와 같은 기상 악조건서도
호연지기를 보여주는 것이 있다.
영국의 오랜 라이벌 명문인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졸업생들은
해마다 1월이면 골프 정기전을 벌인다.
재미있는 것은 이 경기가 열리기 위한 기상 조건.
기온은 0도 이하, 풍속은 초속 5m 이상이어야 한다고.
골프를 치기엔 악조건인
이런 날씨를 일부러 택한 이유?
주어진 환경을 극복해 내는 정신력을 기르기 위해서란다.
날씨와 골프가 가르치는 삶의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