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7일,목요일-오늘 立冬… 겨울로 가는 길목
겨울 시작.
김 하얗게 나는 포장마차 어묵 국물과
간장에 찍어먹는 것만으로도
진수성찬이 부럽지않은 맛.
후끈뜨끈한 길거리 음식들이 생각나는 계절.
이때쯤이면 철이라 하는 김장김치.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은 미꾸라지를 잡아 만든 추어탕과
팥으로 만든 떡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먹는 날.
인디언들이 말하길
‘11월은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닌 달.’
향약에 따르면,
마을에서는 계절별로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자발적인 양로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특히 입동에 일정 연령 이상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해 대접하는 것을 치계미라 하며,
아무리 살림이 없는 사람이라도
기꺼이 돈이나 음식을 내어 대접을 했다고 한다.
오늘만큼이라도
밥 한 해 농사한 걸 한데 모아
밥상의 주인인 밥을 맛나게 지어 보자.
그나저나 입동(立冬)에 내린 비는
가을비일까 겨울비일까.
덕수궁 돌담길에 노랗게 걸린 은행잎,
동네 뒷산을 빨갛게 물들인 단풍잎을
전부 꺾어 땅위에 흩뜨린 빗물.
가을과 겨울 경계점에 내린 이른바 ‘가겨비’,
그 ‘날’은 ‘칼’처럼 날카로운가 보다.
비에 젖은 낙엽들,
‘피’처럼 물든 월요일 내 발 밑 세상.
장렬히 전사한 것 같은
단풍잎은 말이 없다.
가을을 붙잡고 싶은 목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