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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


BY 이안 2013-08-20

폭염이 계속이다. 난 오늘도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지하수를 통에 받아 밭으로 간다. 다행이 명절에 먹으려고 일찍 심은 쪽파며 무 시금치가 말라 타들어가지는 않고 있다. 며칠 전 지하수를 떠다 뿌려준 효과가 있다.

땅콩과 콩을 슬쩍 들춰본다. 땅콩은 아직 물기가 있다. 잎이 꽉 어우러져 물기가 날아가는 걸 잡아놓은 모양이다. 콩은 땅콩보다 엉성해서인지 겉이 말라가고 있다. 메주콩은 콩이 제법 달렸고, 서리태는 꽃이 한창 피고 있다. 이럴 때 비가 한 번 와줘야 하는데...

다행이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비가 내려준단다. 한데 폭우가 내리면 어쩌지? 그것도 걱정이다. 작년 한 해 농사지어본 후 느낀 건 하늘이 허락해야만 먹을 수 있다는 거다. 내 밭처럼 농약도 주지 않고 오로지 하늘에 의지해 짓는 텃밭은 특히 그렇다. 의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하늘뿐이다. 그래도 내 정성이 더하면 그나마 낫지 않을까 하여 열심히 풀을 뽑아줘 풀밭은 아니다. 주위에서 풀이 없이 깨끗한 밭으로 통한다. 간간히 지하수도 통에 받아다 뿌려준다. 하지만 그 걸로는 택도 없는 게 농사다. 그래 내 마음은 날씨와 함께 널뛰기를 한다.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도 비켜가지 못하는 모양이다. 지구가 환부를 드러내놓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북극의 빙하도 알프스의 만년설도 거침없이 녹아내리고 있다. 그 여파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겨울엔 혹한으로 얼어붙게 하더니 이 여름엔 긴 장마와 기습폭우, 폭염으로 농심을 타들어가게 하고 있다. 작년부터 작은 텃밭을 일구고 있는 나도 예외는 아니다.

폭염에 내 밭의 작물들이 소리 없이 내지르는 아우성을 난 집에서도 듣고 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낼모레면 주춤할 거라 하지만 홀가분하지는 않다. 예쁘게 내려주면 좋으련만 기습폭우도 예상된다 하니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그래 땅을 촉촉이 적실 물만 얌전히 내려달라고 하늘에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