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엄마같은 언니가 한 분 계시다...
나이 차이가 10살이나 나기도 했지만...
(언니와 나사이에 언니 한분, 오빠 한분이 계셨지만
두 분 다 사고로 일찍 돌아가셨다)
어렸을적 기억에 추석빔이나 설빔도 엄마가 사 준 기억보다
언니가 사준 기억이 더 선명하다..
엄마가 살아계셨을때에도 소소히 챙기는 건 언니가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스물 일곱 그때 나이로는 적지않은 나이에 시집갈때도
난 회사 생활에 바쁘다는 핑계로 잠시 외출증 발급받아서 나와..
언니가 골라주는 가전제품.. 가구.. 침구류 등... 그냥 고개만 끄덕끄덕하면..
언니가 다 사서 내가 살 전셋집에 옮겨놓고 정리해 주었다..
지금이야 나나 언니나 운전도 하고 차도 있지만..
20년도 훨씬 전의 일이니 차도 없고 운전은 더더욱 남의 나라 일이었기에...
버스로 지하철로 그렇게 개미가 먹이 나르듯이
하나 있는 여동생 전셋집에 신혼살림을 물어다 날랐다..
그때에도 엄마는 건강이 좋지 않아 언니를 쫓아 다니기에는 벅찼었기에
그 모든 일들을 언니 혼자 다 했다.
드디어 결혼식이 끝나고 나는 대만으로의 3박 4일 신혼여행을 갔었고
그 신혼여행기간 동안 언니가 두번이나 쓰러졌다고 했다..
언니 말로는 긴장이 풀려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얼마나 고단했으면 그랬을까...
그런 중에 내가 첫아이를 임신했고.. 임신복부터 먹고 싶다는 것까지...
첫아이 출산용품도 언니가 다 장만해 주었던 것 같다..
그렇게 첫아이를 낳았고..
난 출산휴가가 끝나고 시이모에게 아이의 양육을 부탁하고 다시 회사로 출근했다..
그때 언니는 어려운 사돈댁에 아기가 있으니 보고 싶어도 보고 올 수가 없다고
사진 한장 챙겨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매일 사진 보면서 울었다고 한다.
지금도 어쩌다 언니의 직장에 볼일이 있어 가면
그때 함께 근무했던 언니의 동료분들이 보고싶다고 울던 조카는 잘 크고 있냐고 인사를 하신다..
그 아이가 벌써 대학생이니 세월이란....
그 언니가 3년전에 딸 둘을 봄, 가을로 시집을 보냈다..
작년에 또 봄, 가을로 손자, 손녀를 만났다..
어느날.. 언니네 집에 식구들이 모여 식사를 하던 중에
문득 언니 손을 보았다..
그 손을 보는 순간... 나는 눈물이 핑 돌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참을 언니 손만 만지작거렸다...
"언니.. 언니 손도 많이 늙었네..."
"그럼 난 안늙냐? 다 늙는 거지 모.."
언니 손에서 돌아가신 엄마의 손을 보았다..
아니.. 할머니들의 손을 보았다고나 할까..
우리 언니도 어느새 환갑을 바라보는 그런 나이가 되어 있었는데..
난 돌아가신 엄마가 그냥 엄마였듯이..
울 언니도 그냥 언니인줄 알았었나 보다..
언니는 얼굴에 주름도 별로 없고
늘 화장을 하고 다니고 옷도 정장을 잘 입고 다녀서..
그냥 언니인줄 알았는데..
언니의 손은 어느새 언니가 지나온 세월을 담고 있었다..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우리 언니는 그렇게 나이들면 안되는 거였는데..
언니의 손을 보면서 받은 충격은 정말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언니가 나이들어 가는게 싫다..
내가 싫어한다 해도 피해갈 수 없는 세월이겠지만..
제 엄마 늙는 것 생각 않고 부려먹는 조카들도 가끔은 얄밉다..
하긴 나도 아직 언니를 부려먹고 있는데.. 모..
그래도 울 언니는 그냥 언니였음 좋겠다.. 할머니 그런 거 하지 말고..
손도 얼굴처럼 늙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 충격에 빠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또한 나의 이기심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