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를 한 권 샀다.. 4월달쯤...?
벌써 두달이 지나고 있지만.. 회사 사무실 책상위에 얌전히 앉아있다.
형형색색의 나비가 그려져 있는 표지와.. 속지속에 한마리의 나비를 품고 있는 노트..
표지 끝에 자석이 달려있어 덮으면 스스로 딸깍소리와 함께 잠기는 그런 노트...
이 노트에 여러가지를 적어보자 싶었다.....
그러나... 어쩌다 한번 겉표지를 쓰다듬고 어쩌다 한번 속지를 펼쳐보지만..
아직 한 글자도 적어보지 못했다...
학창시절.. 예쁜 노트를 사서... 자작시도 적어보고..
좋은 글도 적어보던 추억이 있어 나도 모르게 쇼핑카트에 담았는데...
그냥 애잔하게 쳐다만 볼뿐이다...
어느새 손글씨에는 자신이 없어져서일까?
그래도 예전엔 글씨를 예쁘게 써보려고 노력도 많이 하곤 했는데...
노트를 쳐다보기만 할뿐 선뜻 펜을 가져다 대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왜 그런가 생각해 본다...
컴퓨터와 넘 많이 친해져서 그런 건 아닐까?
이렇게 컴으로 입력하는 건 수정도 쉽고 생각과 동시에 글이 끝나서 빠르기도 하고..
그러나 역시 무엇보다도 글씨가 많이 안이뻐져서일거다...
내가 써놓고도 스스로 부끄러워지고 있으니...
저 노트에 담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맘 속으로 갈등하고 있는 나를 본다..
나만의 레시피.... 우리 주말농장에 필요한 정보들...
그 사이사이에 내 생각들... 이런 것들을 남기고 싶었다..
어제는 처음으로 막걸리 술찐빵을 만들어보았다..
딸아이의 간청도 있었고..
특히나 팥을 좋아하는 나때문에 팥고물 많이 넣어서 찐빵을 만들어 보았다.
첫 작품치고는 발효도 잘 되었고.. 찐빵 모양도 이쁘게 나왔고..
무엇보다 많이 달지 않게 만든 팥고물이 맛있었다..
동생네와 언니네 나눠줄 것들을 챙겨서 가지고 나와...
사무실에서 잠시 시간이 나길래..
그 레시피를 잊지 않고 적어두려고 그 노트를 펼쳤다가...
결국 또 이렇게 내 글방에 로그인해서 워드로 입력하고 있다...
입력하면서 자꾸만 곁눈질로 노트를 쳐다본다...
부담스럽다.... 에휴....
그래.. 못생긴 글씨라도 함 써보자..
우선 첫 작품 막걸리로 발효시킨 찐빵의 레시피부터...
글구 딸들과 신랑의 깜짝 이벤트 내용들을....
못생긴 글씨도 역시 내 것인 것을..
그러다 보면 이뻐지지 않을까...
그런 작은 희망을 담고 시작해 보자...
틀리면 틀린대로 긋고 수정하면 되지 모..
그래.. 함 해 보자..
어느새 익숙해진 워드로 입력하는 것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