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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추억(해외)


BY 매실 2014-07-16

사실 여행이란게 가기 전에 계획짤 때 더 설레고 좋지

막상 움직이다보면 몸이 힘들고 지치니까

때론 집안에 앉아서 배경이 좋은 영화를 보면서 간접적으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같다.

 

그리고 이제 나이를 먹었는지 예전에 내가 가본 곳들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다

특히 외장하드에 저장해두었던 사진을 꺼내보면 그 때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떠오르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겨울 중에서도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가장 추운 겨울이나

영상 30도 이상을 찍는 삼복더위에는 이제 절대로 나다니지 않기로 결심을 했기에

여름, 겨울이 되새김질 하는 계절이 되어버렸다.

 

젊어선 추운 겨울엔 몰라도 뜨거운 여름에 바캉스를 가기도 했는데

이젠 못 가겠다.

 

나의 첫 해외여행지였던 중국

지금으로부터 십여년전 그 땐 발전에만 신경쓰느라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조차 심지 않아서

대도시의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던 그 뜨거운 열기와 흙먼지, 자동차 매연이

엄청 대단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생전 처음이라 눈에 보이는 모든 낯선 풍경과 사람들이 다 신기하고 좋았다.

 

돈 단위가 위앤인 줄만 알았지 '콰이'라고 말하는 걸 몰라서

제과제빵집에서 못 알아듣고 헤매던 일

그래도 그 곳은 한국인이 드문 곳이라선지 우릴 신기해하며 그저 웃어주고

친절하게 내 손에 든 돈을 들여다보고 골라 받던 착하고 양심적인 주인

 

내 목에 걸린 디카를 보며 신기해하던 음식점 직원들

 

자금성 구경한다고 대문마다 줄 서다가 뜨거운 돌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지쳐서

'이러다 일사병 걸리겠네. 아이고 자금성이고 뭐고 모르겠다, 가자' 하고 되돌아온 일

그 때 입장료 내고 자금성 대문 몇 개 밖에 본 게 없다.ㅋ

 

또 뭔 담장은 그렇게 높던지? 진짜 10미터는 족히 되겠다.

그러니 한 번 궁에 들어가면 살아서 못 나온다고 하지.

실화소설 <서태후>를 읽고 갔을 땐데 서태후가 왕후가 되기위해 경쟁자인 사촌언니를

우물에 빠뜨려죽인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진짜 끔찍하고도 신기했다.ㅠ

그러고보니 대문말고도 폐쇄한 우물은 하나 봤네.

 

딸과 함께 더운 여름에 하필 더운 중국 남부 도시로 여행을 가서 고생하던 일

더워서 불쾌지수는 올라가는데 서로 양산을 안 들려고 꾀부리다 딸과 티격태격하고

삐져서 사진도 돌아앉아 찍던 일ㅋ

 

남들이 덥다고 아이스크림 사먹길래 아무 생각없이 우리도 사먹고

두 모녀가 설사병이 나서 상해 임시정부를 버스안에서 먼발치로 쳐다만 볼 뿐

가서 직접 보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그땐 땡처리 패키지로 싸게 갔는데 돌아와서 주말에 병원 응급실에 가느라

여행비 만큼 썼다.ㅠ

해외에서 온거라 혹시 전염병인지 모른다고 온갖 검사를 하고

응급실이라 의료보험 적용이 안돼서.

 

나중에 그 사실을 안 아들이 막 나무랐다.

중국에서 아이스크림 잘못 사먹으면 죽기도 하는데 어쩌려고 사먹었느냐고?

 

깨끗한 물로 얼린 게 아닌가보다.

하긴 계란도 가짜가 나도는 중국이니 조심했어야 했는데...

날도 더운데 탈진할 뻔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똑같이 먹고도 멀쩡했다는 거.

우리 일행중 백인 여자 한 사람도 우리처럼 무척 고생했다.

낯선 나라에 남자친구 가족 따라 여행갔다가 그게 뭔일인지...

 

그래도 지나고보니 고생도 추억이다.

 

두번째 나라이자 가장 최근의 해외여행지는 대만

대만이 중국도 아니고 특별히 매력있을 것같지 않아 별관심이 없었는데

아들이 자기가 배운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써볼 곳을 가보자해서

택한 곳이 대만이다.

 

싱가폴,말레이지아 등을 검색하다가 의외로 대만 매니아들이 많아서

그럼 거길 한 번 가보자 한 것인데 의외로 우리 가족에겐 잘 맞는 곳이었다.

또한 세 곳 중 일단 가장 가깝고 비용이 저렴할 것이다.

 

굉장히 중국스러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한국같은 친근함이 많이 느껴지던 타이페이시

깨끗하고 조용하고, 사람들이 무척 친절하고 평화로워보였다.

처음 만났던 중국처럼 우리와 크게 다르진 않은데 왠지 끌리는 느낌

 

특별한 유적지나 관광지가 생각나기보다

그들의 생활모습,풍경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냥 좀 덜 복잡한 서울을 여행하는 느낌

우리보다 잘 살게된 세월이 길고 중산층이 많다더니

뭔가 안정적인 느낌이 많았던 곳이다.

 

망고 자체를 얼려 눈꽃빙수로 갈고 그 위에 망고조각을 푸짐하게 올려주던

망고빙수가 너무 그리워서 또 가고싶다.

우리돈으로 5천원도 안 되는 가격에 두 세 사람이 먹기에도 벅찬 양

 

망고가 우리과일이 아니다보니 국내에서는 가격도 비싼데다

그만큼 맛있고 푸짐한 망고빙수를 찾을 수가 없어서 안타깝다.ㅠ

 

파인애플 과육이 씹히는 펑리수맛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 당시엔 은근 중독성이 있어서 선물로 사온 것까지 대부분 우리가 다 먹어치웠다.

 

뭐하러 남의나라 과자는 사가느냐고 돈이 썩어나느냐고 흉보던 아들이

집에 돌아와서는 은근히 맛있다며 나보다 더 많이 먹었다는 사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