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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다고?


BY 매실 2014-07-15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이 분야에 경험도 없고

그저 남의 어깨너머로 배워가며 일하느라고 실수 투성이었다. 

 

자주 이직하는 여직원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남편이 이제 안되겠다며

경리일을 나에게 맡기고 싶어했기에

내가 하던 일을 접고(주로 아이들 가르치는 일)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이 일을 시작했었다.

 

게다가 그 때는 규모가 제법 되는 법인회사였던지라 감당해야할 사무일이 엄청 많았다.

은행일,관공서일...일,일,일....마감시간에 촉박하게 쫓기는 일도 허다했다.

 

그러다보니 다혈질 남편에게서 서류책이 날아오고

손님이 있거나 아랫직원이 있는 상황에서도 망신을 톡톡히 당하는 일도 있었다.ㅠ

 

원래도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성격에다

희한하게도 그 머릿속에는 장부가 다 들어있는데

나는 유독 숫자에 약해서 중요한 입출금 결제 등을

엉터리로 적어놓거나 허구헌날 빼먹었으니 더 했던 것같다.

 

게다가 쓰던 전자계산기도 나를 닮았는지 터치할 때마다 제맘대로

금액이 막 올라가는 엉터리였는데도 그게 계산기 잘못인 줄도 몰랐으니

난 얼마나 멍청했던가?ㅠ

 

내가 이런 대접이나 받으라고 우리 부모님이 비싼 밥 먹여 공부시킨 게 아닐텐데...

만만하니까 여직원들에게 못 하던 짓을 나에게...ㅠ

더럽고 치사해서 뛰쳐나가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한 것, 변덕부리지 않는 것이니

남편이 성질부리고 나한테 저렇게 함부로 했더라도

차라리 삐져서 몇 날 며칠 말을 안 할지언정

하던 일 팽개치고 회사를 뛰쳐나간다든가, 다음날 무단결근을 한 적은 없다

 

하긴 뭐 실력이 없으면 성실성이라도 있어야지.ㅋ

 

엑셀이니 한글이니, MS워드 같은 것도 

하룻만에 인수인계하고 가버리는 여직원들 어깨너머로 속성으로 배웠다.

그러다보니 시행착오도 많고 실수도 더 많을 수밖에.

여직원들 하는 일이 그렇게 고난도일 줄이야~

 

그래도 내앞에 주어지는 일이면

남들도 다 하고 사는 거니까 나도 해야하나보다 생각했다.

내가 착한건지 순진한건지...

 

지금은 그 때에 비하면 할일이 없는 셈이다

법인회사가 아닌 개인회사로 줄어들어서 하는 일도 그렇게 다양하지도 않고

그 때보단 내가 여러모로 단련되고 능숙해지기도 했을 것이다.

컴퓨터작업도 그렇고 장부도 반복해서 검토를 하기 때문에 실수가 아무래도 적다

 

그 땐 거래처에서 수금해 묶어서 가져간 돈 백만원짜리 다발도

툭하면 101만원이거나 99만원이거나 해서

은행담당직원까지도 어이없게 만들었으니...ㅋㅋ

나는 어쩜 그렇게 돈도 제대로 못 셌었는지....참

 

지금은 그렇게 셀 만한 큰 돈이 없다는 게 함정.

 

지금은 열 잠을 자다가 해도 다 할 정도다

예전과 달리 무보수라는 게 슬프지만

나중에 많이 벌면 그 때 다 준댔으니 기다려 볼 일이다.

 

이번달은 상반기 부가세 신고하는 달이다.

세무사사무실에서 자료를 속히 준비해달라고 했다.

 

이삼일 바짝 달라붙어서 상반기 6개월간의 자료를 정리하고

전자세금계산서 발행하는 e세로(국세청 홈페이지)에서 매입 매출 합계표를 찾아

실제 계산서와 하나씩 체크해가며 대조해서 정리를 하고

따로 거래처에서 받은 수기로 된 계산서와 원자재 구매한 카드영수증도 

정리해서 합계금액을 맞춰 가지고 따로 따로 묶어서 갔더니

담당직원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맞아준다.

 

이제 입력만 하면 끝날 수 있게 다 정리해왔다며 꼼꼼하다고 막 칭찬을 하고

고맙다고 인사까지.

 

어?이런거 남들은 다 정리 안 해서 갖다주나?

아무리 대행을 맡겼어도 매입 매출 자료는 우리 회사 것이고

안 맞으면 우리만 손핸데?

 

그리고 내가 꼼꼼했었나?ㅋㅋ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초반에 빡세게 일을 배워서 이게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