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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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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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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BY 매실 2014-07-09

아무래도 택배에 재미들리셨나보다. 

시골 친정집에서 지난번 감자박스에 이어 또 옥수수가 한 자루나 되게

택배로 배달되어왔다.

 

우리애들은 옥수수를 거의 입에 안 대는지라 우리식구 먹어봤자

몇 개면 되는데 한 자루라니...

 

날씨가 더워서 옥수수 뭉치가 뜨끈뜨끈하다. 

깻잎도 어마어마하게 들어있다.

날도 이렇게 푹푹 찌고 더운데 저거 따 담느라 고생 많이 하셨겠다.ㅠ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기만 하니 황송하다.ㅠ

 

잘 받았다고 잘 먹겠다고 바로 인사 전화를 드리며

집에서 드시지 뭔 옥수수,깻잎을 이렇게나 많이 부치셨냐니까

"집에도 우리 먹을 건 많~다. 깻잎도 연해서 맛있으니 장아찌 담가먹어라" 하신다.

 

너무 많다고 맨날 조금 보내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교회 가서 나눠먹어라"이러신다-교회도 안 다니시면서..ㅎ

 

일단 나눠줄 사람에게 나눠주고(여기도 경기도 시골이라 텃밭들이 있어서

푸성귀가 처치곤란인 사람들도 많음)

나머지 옥수수를 다 까서 큰 찜통에 꽉 차게 두 차례나 쪄야했다.

식혀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회사식구들이랑 출출할 때 간식으로 꺼내 먹기로 하고

그 중에서 일부 덜어서 경비실로 갔다.

 

그 많은 분리수거 물건들 정리하시느라 늘 고생하시고 이집저집 택배짐까지

다 받아주시느라 고생하시는데다 인사도 항상 먼저 잘 하시고 늘 친절한 아저씨께

뭐가 생길 때마다 양배추 한 통, 마늘쫑 한 주먹...그렇게 나눠드리는데

굉장히 고맙게 받으시기 때문에 드리는 보람이 더 있다.

 

경비실이 비어있다.

다른 경비초소에 가셨나?하고 그쪽으로 들고 가다보니

손수레를 끌고 뭔가 일을 하다가 오시는 중이었다.

"아저씨, 이거 다른 분들과 같이 나눠드세요"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 한 봉지를 건네니 코가 깨지게 인사를 하시고

오던 길로 서둘러 되돌아가셨다.

 

다른 분들이랑 맛있게 나눠드셨을게다.

 

농사는 부모님이 지으셨지만 생색은 내가 다 내고 있다.ㅋ

 

엊그제 따서 바로 부친거라 소금,당분을 아주 조금만 넣고 쪘는데도

엄청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