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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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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실 이야기1


BY 매실 2014-03-22

우리반은 네팔,캄보디아,파키스탄,베트남인들로 구성되어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다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높은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까워한다.

 

이슬람교도인 파키스탄인은 "우리나라는 절대 이혼 안해요. 이혼 하는 사람 거의 없어요"

자랑스러운듯이 이야기 한다.

 

불교나 힌두교도가 많은 네팔사람들도 이해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순박하고 보수적이라서 그럴 수 있겠다.

 

우리 부모님 팔순잔치에 참석하느라 수업을 휴강했던 날

팔순 겸 결혼 60주년이란 소리에 ‘아하. 그래서 선생님도 이혼하지 않고 잘 사는 것같아요’한다.ㅎ

 

"그렇지만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아직도 맨날 싸우세요. 아직도 싸울 것이 남아있나봐요.

그리고 우리 부부도 맨날 싸우면서 살아요" 하니까

 

"맞아요. 우리도 맨날 쪼끔 쪼끔 싸워요. 하지만 이혼하면 안돼요"

그들이 다 남자들이라서 그런가?

마누라가 자기를 버리면 애들 데리고 어떻게 사나? 그런 두려움 때문에?

 

그냥 내 맘대로 하는 해석이다.ㅎ

 

그럴 때면 내 생각을 정리해서 천천히 이야기해준다.

"나는 이혼이 꼭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의 이혼율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이혼을 쉽게 하는 사람은 없어요.

다들 많이 생각하고 어렵게 결정하지요.

나는 같이 살면서 서로 너무 힘든 것보다는 이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만일 내 아들딸들이 결혼해서 살다가 부부간에 성격이 맞지 않거나 무슨 큰 문제가 있어서 힘들다면

같이 살면서 더 힘든 것보다 이혼해도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말에는 끄덕끄덕 하면서도 도저히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표정이다.

우리가 예전에 미국사람들 쳐다보던 그 시선인 것같기도 하다.

 

그런 게 바로 문화 차이 중 하나일 수 있겠다.

자기들은 처자식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희생하는 착한 남편이요 아빠니까

그렇지 않은 경우를 어찌 상상할 수 있겠는가?

작은 문제들은 싸우면서 고쳐나가면 되지만 모든 부부가 다 같지는 않은걸.

 

이슬람교도들 중에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이혼도 못 하고 사는 여자는

더 불쌍하지, 남자입장에서야 절대 이혼하지 않고 사는 게 자랑인지 몰라도...

 

네팔은 아직 저개발 국가고 여자들이 대개는 순종적인 성품을 가진 듯하다.

남편이 화를 내도 그냥 아무 대꾸도 못하고 다 참아내는 아내들이 대부분인 것같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마음으로 잘 타이르곤 한다.

 

여러분도 남의 나라에 와서 돈 벌어서 가족들에게 보내느라 힘들지만

몇 년 씩이나 남편이랑 같이 살지 못하고 혼자서 집안 살림 다 하며 아이들 키우거나

또 어떤 사람은 남편도 없이 시부모님 모시느라 불쌍하다고, 특히 신혼에 남편을 멀리 보내고

그리워하면서 사는 부인이 얼마나 불쌍하냐고, 말이라도 따뜻하게 잘 해주라고,

아무리 화나도 소리지르지 말고 노트북 때려부수지 말고...

 

그러면 자기도 하하 웃는다.

 

그들 대부분 일과가 끝나면 인터넷 화상전화로 고국에 두고 온 가족들과 소통하는데

그 와중에도 부부싸움이 일어나는가 보다.

한 번은 노트북을 주먹으로 내리쳐서 가운데가 푹 우그러진 걸 들고 온 걸 본 적이 있어서 한 소리다.

 

그래도 고국에 다니러 가는 인편에 아내를 위한 깜짝 선물을 샀다고 핑크색 중고스마트폰을 가져온

적이 있는 친구다.

그걸 보고 아내가 좋아할 것같으냐고 같은 여자인 내게 묻길래 아주 많이 감동할 것같다고 했더니

좋아서 활짝 웃었다.

그의 어린 아내는 그 선물을 받아들고 얼마나 기뻐할까? 내가 다 엄마미소가 지어졌다.

 

나라가 가난한 탓에 이억만리 먼 이 곳에 와서 기본 4년 10개월을 가족과 떨어져서

밤낮없이 힘든 일을 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

대부분 2~30대 어린 나이대라 향수병으로 심하게 앓기도 한다.

 

밤새 야근을 하고도 토요일,일요일 수업에 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피곤할텐데 어떻게 왔느냐고 대단하다고 하면

그래도 여기 오면 사람들이 다 친절하게 대해주고 맛있는 음식도 주고 존대말도 써줘서 좋다고 한다.

 

사실 그들이 반말부터 배워 내게 반말로 할까봐 더 공손한 존대말을 쓰는건데

그게 좋다니 계속 그렇게 가야겠다.

 

그랬더니 처음 온 친구가 잘 몰라서 반말을 섞어 쓰면 자기들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그렇게 말하면 안돼애. ~했어요. 이렇게 말해애~" 

 

바쁘고 힘들어서 숙제를 안해와도 나는 그들의 형편을 아니까 뭐라고 할 수가 없는데

자기들끼리 "왜 숙제를 안 해왔어요? 그러면 안돼요. 열심히 하셔야지요" 이러고 훈계를 하기도 한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