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상이 예쁘지도 않고 머리카락은 새털처럼 가늘고 힘이 없어서
파마를 해도 컷을 해도 스타일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걸 알기에
나는 웬만해선 미용사 탓을 하지 않는다.
혹시 맘에 안 들게 나오더라도 머리가 아주 빨리 자라는 편이니까
조금 지나면 자리잡을 것이기도 하고 내가 내얼굴에 맞게 손질해서
적응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머리 스타일 맘에 안들게 나왔다고 까칠하게 굴면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보기엔 별로 나쁜 것같지 않은데 왜 그럴까? 의아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그 입장에 놓이게 될 줄이야~
내머리만 망쳐놨으면 그래도 낫겠다.
늘 다니던 곳이라 내 취향을 어련히 잘 알까 싶어 별 염려없이 맡겼더니
나와 아들 머리를 완전히 시골할머니들의 뽀글이 파마 스타일로 해놨다.
나도 나지만 내아들은 볼륨펌을 해서 가라앉은 머릿뿌리만 살려달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는데 자신있게 시작을 하더니 이게 뭐란 말인가?
하루이틀도 아니고 늘 다니던 곳인데.
젊은 청년에게 잘라내기 전에는 생전 안 풀어질 것같은 짧은 뽀글이 파마라니....ㅠ
파마는 생전 처음이라 망설이는 애한테 맘먹은 김에 얼른 하라고 부추긴 죄로
난 정말 할 말이 없게 됐다.ㅠ
게다가 이미 다른 데서 컷트를 하고와서 머리길이가 적당한 애를
뒷머리까지 맘대로 치켜올려 잘라놔서 끝이 달랑 올라가니
뒤통수가 짱구라서 더 우스운 꼴이 돼버렸다.
아....이를 어쩌나?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긴 머리라야 망가진 부분을 잘라내기라도 하지
저 짧은 머릴 어쩜 좋단 말인가?ㅠ
머리를 직접 만진 직원은 초등학생을 둔 애엄마라는데도 첨부터 너무 심하게
발랄명랑하다 싶었다.
군대까지 갔다온 우리애한테 언제 봤다고 아무개야 이름을 부르지 않나?
얘,쟤, 그랬니? 저랬니? 반말을 하지 않나?
우리애가 아무리 동안이라지만 너무 어리게 보여서 그런가?싶어
나이도 얘기해주었건만 계속해서 초등학생 대하듯 그랬다.
그리고 말은 또 얼마나 많은지? 입도 안 아픈가?
열심히 일에 열중하다가 그렇게 됐어도 화날텐데
나중 생각하니 그 태도도 거슬렸던 생각이 난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들은 그 직원이 첨부터 너무 예의가 없었다고 난리다.
잘 받아주길래 그런가보다 했더니 속으론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손님인 자기를 업신여기지 않고서야 어떻게 처음부터 그렇게 반말을 해댈 수가
있느냔다.
친근하게 여겨서 그랬겠지.
원래 밝고 명랑한 성격인가봐.
그렇게 생각해애. 달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흉한 결과가 나오자 우리 뿐만 아니라 그 직원도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원장이 달려와 급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말없이 자기들끼리 눈짓을 하더니 다시 파마를 해주겠단다.
아들은 펄쩍 뛴다
점심 먹자마자 와서 다 저녁때가 되었는데 무슨 파마를 또 다시 하느냐고?
그러게 진작 처음부터 좀 제대로 하지 이게 뭐냐고?
내시간이 남아도냐고?
원장이나 직원이나 우리애가 미리 다른 데서 머릴 자르고 와서 그렇단 소리만
자꾸 되풀이한다.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을 더 짧게 잡았어야 하는데 머릿결 특성을 잘 몰라서
그랬다고도 한다.
그렇담 내 머릿결은 늘 겪어봤는데도 왜 이 지경인건지?
원장은 내 머리를 뜨거운 고대기로 열심히 풀고 있었다.
내머린 내가 어떻게 할테니 내아들머리 좀 최대한 풀어달라고 부탁했다.
이러고 어떻게 밖에 다니겠느냐고...
그러나 워낙 길이가 짧아서 별 차도가 없다.
나는 다닌 지가 한참 된 단골이라 갑자기 얼굴 붉히기도 그래서 꾹참고 있었는데
아들도 무척 화났지만 엄마얼굴 봐서 억지로 참았노라고 나중에 얘기해준다.
이왕 엎질러진 물인데 내가 이상하다고 하면 아들이 더 속상하고 화가 날까봐
더이상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애를 달래면서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딸은 제 오빠를 보자마자 현관에서부터 깔깔거리고 웃어댔다.
남편은 더 심하게 반응할 걸 알기에 얼른 안방으로 달려가서 남편에게 미리
신신당부를 했다.
아들 화났으니까 머리가지고 암말 하지 말라고.
남편은 알았다고 해놓고도 애를 보더니 헉!하고 놀란다.
그리고는 시간 지나면 풀릴 거라고 괜찮다고 하더니 따로 나한테는
애를 저 꼴로 해서 데려왔다고 눈을 흘기고 난리였다.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아들 머리를 생각하니 잠이 다 안 온다.
하나님 쟤 머리 어떡할지 좀 도와주세요~ㅠ젊은애가 당분간 밖에도
못 나가게 생겼어요. 어쩜 좋아요? 기도를 했다.
그 분도 참 별걸 다 해결해달란다고 어이없으셨을거다.ㅎ
일은 맨날 내가 저질러놓고...
이 복더위에 아침부터 우리 모자는 머리모양을 좀 나아지게 해보려고
뜨거운 헤어드라이어 바람과 씨름을 했다.
파마한 직후에 자꾸만 뜨거운 열을 가해서 잡아당기면 조금이라도 풀어질까해서.
내머리는 어느 정도 길이가 있어서 드라이어로 손질하는게
약간 효과가 있는데 아들 머리는.....ㅠ대책이 없다.
워낙 짧아서 도로 돌돌 말려올라간다.ㅠ
볼수록 울화가 치민다.
그래도 거울을 보면서 애가 처음보다는 낫다며 웃으니 참 다행이다.
처음엔 삭발을 해야하나 심각히 고민을 했단다.헉!
하마터면 나때문에 아들 삭발할 뻔했다.ㅠ
다시 그 미용실을 찾아가서 책임지라고 해야하나?
다신 이런 실수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줘야하나?
후처리를 해달라고 해야하나? 여러 가지 생각을 했는데
이왕 벌어진 일 서로 얼굴 붉혀서 뭐하겠나 싶어서 그냥 덮기로 했다.
머리카락이 어서 자라길 학수고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