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매리는 어릴 때의 우리애들 처럼 밖에 나가는 걸 너무 좋아해서
가족 중 누군가 밖에 나갈 것같으면 환장을 하고 먼저 나선다.
안 데리고 나갈까봐 발걸음에 보조를 맞춰서 뱅글뱅글 돌면 쫓아다니거나
안고 나가라고 두 앞발을 들어 깡총깡총 뛰거나 목줄을 입에 물고 달려오거나
현관 앞으로 쏜살같이 먼저 달려나가서 기다리고 있기 일쑤니
그냥 두고 나오려면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그래도 볼일 보러 다니려면 강아지 입장이 허락되지 않는 곳이 더 많아서
집에 누군가가 있으면 운동할 때 외에는 안 데리고 나가는데
요즘은 나와 함께 출퇴근을 하다보니 그렇게 안달복달하는 게 훨씬 덜 해져서 다행이다.
한이 삭았는지 거실문이 열렸어도 베란다로 나가지도 않는다.
집에서 혼자 지내던 시간이 많았을 적에는 거실유리문만 열리면 쏜살같이 뛰어 나가서
베란다에 앞발을 걸치고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고 서있기 일쑤였는데..
이제 아침이면 항상 엄마가 데리고 나갈 줄을 알고 있기에
다른 가족이 나가버려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우리집의 1순위였던 남편이 먼저 출근을 해도 인사만 하고 돌아와
내옆에서 조용히 잔다.
나이가 점점 더 먹어감에 따라 눈치도 늘어서 자기를 좋아하는 것같지 않은 사람에게는
반갑다고 덤비지도 않는다.
다만 좋아해주는 것같으면 달려들어서 두 손을 벌리고 콩콩 뛰면서 꼬리를 흔들며
좋다는 표시를 하지만.
사무실에서도 조용히 내 책상밑에서 자는 게 대부분이고
가끔 깨서 데리고 밖에 나가면 그 때서야 볼일을 본다.(그 후처리는 내가 깔끔하게 함)
그런데 문제는 출퇴근 길에 마트나 은행에 들러 볼일을 봐야하는데
차에 저만 두고 내릴까봐 내가 시동을 끄고 핸드브레이크를 올리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제자리에서 튀어나와 내가 내려야할 운전석 문 앞에 와서 난리를 치는 것이다.
매번 내가 두고 내려서 볼일을 보는 걸 알기에 또 두고 갈까봐.
평소 운전중에는 절대 방해를 하지 않는다.
빼꼼히 열린 창문에 앞발을 세우고 서서 밖을 내다보거나 조수석 발밑에 조용히 앉아서
간다. 신호대기하느라 서있어도 절대 변화가 없다.
시동이 켜진 채로 정차하는 것과 정차해서 시동 끄는 것의 차이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저녁 퇴근길에는 사실 나도 배가 고프고 얼른 집에 가서 저녁준비를 해야하지만
매리 운동도 시키고 쌓인 스트레스도 풀어주고 내 운동도 할겸 동네 산책을 하고 나서 집으로
올라가는데 공복에 운동하면 왠지 체지방이 연소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있다.
우리 아파트 단지 위쪽 산 밑에는 넓은 공터가 있는데 강아지 데리고 운동하기엔 그만이다.
그 시각에는 한산한 편이지만 몇 바퀴 돌다 보면 벌써 일찌감치 저녁을 드시고 나와서
운동하는 분들이 하나 둘씩 늘어간다.
나는 분위기 봐서 똑같이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분들이 많으면 목줄을 풀어놓고
안 그러면 눈치를 봐가면서 묶었다 풀었다를 반복하는데 그 중엔 강아지를 싫어하시는 분도
있게 마련이다.
그럴 경우 더 눈치있게 행동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배설물을 잘 치우고 남에게 덤비거나 짖지 않게끔 주의를 하는 것이다.
우리 매리는 집에 저 혼자 두거나 차에 저 혼자 둘 때만 악착같이 짖지
사람이 함께 있으면 절대 짖지않는다.
오죽해 방학에만 집에 오는 우리아들이 혹시 이 강아지 벙어리 아니냐?고 물었을까?
그래서 다행이다.
종종 마주치는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분이 계신데 할아버지께서 특히나 강아지를 싫어하신단다.
그것도 나중에 다른 애견인을 통해 들어서 알았지만.
목줄을 풀어놨다가도 남들 좋다고 달려갈 기세가 보이면 큰 소리로 부르면 된다.
"매리야~이리왓!" 그러면 가려다가도 돌아서서 내게로 온다.
간혹 마주치는 애기들이 혹시 무서워할까봐 더 주의를 한다.
애기들이 멍멍이 좋다고 달려들다가도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무서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가야...우리 매리는 순해. 겁이 많아" 이럼서 만질 수 있게 허락도 해주고
안 무섭다는 걸 일깨워주는데 우리 매리는 지가 남을 핥는건 좋아해도 남이 만지면
귀찮아서 도망을 친다.
그러면 애기들이 붙잡겠다고 그 뒤를 따라 뛰기도 한다.
이제 습관이 돼서 우리 매리는 저혼자 이 곳 저 곳 냄새를 맡고 어물거리다가
내가 안 보이면 또 쏜살같이 달리고, 내가 눈에 띄면 다시 맘놓고 여기 저기 참견하고
또 다시 달리고 그렇게 남에게 방해하지 않고 혼자 운동을 잘 한다.
그러다 "이제 운동 다 했다" 하고 목줄을 거는 순간 집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얼른 앞장서서 간다.
그런 광경을 여러 차례 겪어보신 그 할아버지께서 이젠 친근하게 말도 붙여오신다.
우리가 피해를 주지 않는 걸 확인하셨고 강아지도 자꾸 보니까 정이 드셨기 때문인 듯하다.
그 분이 운동하시면서 뒤에서 할머니랑 소곤소곤 대화하시는 걸 들으니
"여기가 점점 더 개판이 되어가는구나. 개들도 개가 좋아서 저렇게 모여서 서로 핥고 그러네.
애들도 애들이 좋듯이 개도 지들끼리가 좋은가봐.허허~"
산책 나온 작은 덩치의 강아지들끼리 서로 흠흠 냄새를 맡으며 좋아하는 광경을 보시면서
하신 말씀이다.
애견인들도 남의 눈치를 보며 조심하다보면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점점 더
이해를 잘 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