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는 한국인 신도들이 모이는 다른 교회들과는 특성이 약간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이나 유학생들이 주로 모이는 교회다 보니 외부 손님이 많다.
외국인들은 신앙이 있어서 온다기 보다
우리선조들이 옛날에 미국선교사들의 헌신과 나눔의 덕을 많이 보았듯이
그들도 우리가 베풀고 나누는 일의 혜택을 바라고 오게 된다.
우리는 외국에 나가서 어렵게 선교하느니
외롭고 소외된 국내의 외국인들을 섬기는 거니까 쉬울 수도 있어서
감사하게 여기는데
간혹 어쩌다 오는 한국인 손님들에게서 왠지 으스대는 듯한 인상을 받을 때 참 씁쓸하다.
우리 교회 규모가 작아서 우리들을 업신여기나? 그런 자격지심도 들고...
각종 행사 때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자원봉사만 오랫동안 해왔다는 어느 분이 오자마자 다짜고짜
자기가 하는 방식이 다 옳다고 우기며 다른 사람을 다 틀렸다고 지적하더니
온갖 선생노릇을 하는거다.
처음엔 좀 어안이 벙벙했다.
그의 성격특성이 그러한가보다 이해를 하고나니 좀 적응이 되는 듯도 했지만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더니 어이가 좀 없다.
아무리 다른 어떤 곳에서 봉사를 많이 해봤다 할지라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란 속담도 있는데....
낯선 곳에 와서 어쩜 저렇게 처음부터 당당하고 자신감 넘칠 수가 있을까?
신기하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온 가족이 견학을 왔다.
오자마자 한국인들에겐 따로 인사도 없고 외국인들 중에서도 영어가 가능한 사람들만
붙잡고 얼마나 시끄럽게 떠들어대는지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통 알 수가 없다.
기차화통 같은 목소리야 그렇다치고 주변을 좀 봐가면서 골고루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야지, 다른 사람들이 소외감 느끼는건 왜 생각을 못할까?
여기는 영어실력 자랑하는 단체가 아니라 한국말이 서툰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
한국말과 글을 가르쳐주는 곳인데...
들어보니 발음도 별로던데 사람들 앞에서 으스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저럴 수는 없다는 생각만 든다.
순토종인 나도 그보다는 낫겠다.ㅎ
미국에 오래 살아서 영어 좀 하는 게 뭐 벼슬인가?
이 작은 시골교회에 와서 나만한 사람 없겠지? 잘난 척 하는 태도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좀 더 배운 사람, 좀 더 가진 사람이 조금 더 겸손해서 남에게 귀감이 되면 안되나?
그러나 대부분 나서기 좋아하고 자기가 조금 한 것을 크게 드러내기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들은 또 남이 그러는건 딱 질색을 한다.
그들은 나름대로 상대가 겸손한 걸 원하니 참 모순이다.
알아도 좀 모른척, 가졌어도 안 가진척 겸손하고 조용하게 뒤에 물러나 있으면
이왕 가진건 언제 드러나도 다 저절로 드러나게 마련인데 좀 더 겸손하면 어디가 덧나나?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익어서 고개 숙이는 사람을 누가 업신여기겠나?
오히려 더 감동하게 되고 존경심이 우러난다는 걸 왜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