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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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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인의 애로사항


BY 매실 2011-06-26

강아지를 키우기 전엔 잘 모르던 세계를 이제 서서히 알아가는 중이다.

 

이전엔 아예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특별히 나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그들에게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낮에 우리가 없을 때 강아지가 짖어서 시끄럽다고 이웃이 항의하는 바람에

우리 매리를 데리고 출퇴근을 한 지 이주쯤 되었는데

차에 태우고 다닐 땐 아주 얌전히 잘 앉아있거나 가끔 더우면 열린 창문에 고개만 빠꼼히

내밀고 서서 바람을 느끼며 가기 때문에 특별히 운전에 방해되는 일도 없고

특히 대소변은 절대 아무데나 보지 않고 꾹 참았다가 목적지에 당도해 차에서 내려야만

적당한 장소와 시기에 맞춰 볼일을 보니까 아무 문제 될 게 없는데,

 

다만,차 시동을 끄고 잠시 은행에 들른다거나 마트에 들를 때면

저만 두고 내릴까봐 먼저 튀어와 내가 내릴 운전석 문 앞에서 대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두고 내리기가 너무 안쓰럽다.

 

그래서 남들에게 방해가 될세라 팔에 안고 ATM기에서 볼일을 보는 적이 있는데

거기까진 그래도 별로 거부감을 갖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다행이었다.

오히려 은행직원도 신기해하며 말을 붙이곤 했다.

 

미역국을 끓이려고 마트에 소고기 국거리를 한 팩 사러 가야하는데

그 날도 내가 두고 내릴까봐 매리가 안절부절을 못했다.

 

그래서 잠깐이니까 괜찮겠지 하고 줄을 매서 데리고 갔는데

들어갈 때는 제지를 당하지 않았는데 나올 때 우릴 본 직원이 기절초풍을 한다.

여기에 강아지 데리고 들어오심 안된다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식자재가 많은 마트에 강아지털 날릴까봐

싫어할 수도 있긴 하겠다.

 

이전에도 작은 가게나 빵집 같은 데 갈 땐 밖에다 묶어놓고 들어가곤 했는데

큰 마트라 좀 다르게 생각을 한 내가 문제였다.

 

하지만 기절초풍하던 직원 얼굴이 자꾸 맘에 걸린다.ㅠ

 

매번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엔 아직도 반려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나는 슬프다.ㅠ

 

저런 경우는 그래도 당연하다고 여겨지지만 다른 경우엔 서운할 때도 있다.

 

저녁시간이면 우리도 운동을 할겸 해서 매리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곤 하는데

항상 휴지와 비닐봉지를 가지고 나간다.

산책을 하다 보면 장운동이 되어서 볼일을 보기 때문에

보도블럭 같은 데다 실례를 하면 반드시 담아서 가져오곤 하는데

 

그런데 여기는 시골이다보니 잡초가 우거진 버려진(?) 땅이 많고

어차피 소똥 닭똥을 돈 주고 사서 퍼다 붓는 곳이 많기 때문에

그런 곳에다 처리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아주 자연스럽게 길가에 있는 잡초를 뜯어서 싸서 버리는데

 

한 번은 매리가 스스로 알아서 수풀속에 볼일을 살짝 보았다. 아주 조금.

 

그래서 특별히 치우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서 그냥 가려는데 

멀리서 오던 아저씨가 가까이와서 몸을 숙이고 들여다보더니

막 뭐라뭐라고 했다.

동행한 아주머니도 뭐라뭐라 거든다.

 

무안했지만 다시 가서 치웠다.

 

그럴 땐 미안한 생각보다 자기는 얼마나 깔끔하길래 그렇게 티를 내나? 그런 생각으로

좀 서운한 생각이 드는거다.

강아지를 싫어하니까 그런 게 더 싫은 거겠지.

 

그래도 즐거울 때가 더 많긴 하다.

평소에 우리 매리가 우리가족에게 주는 기쁨이야 말할 것도 없어서

얘가 사람인지 강아진지 혼돈될 때가 있을 정도고

 

밖에 나가서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마주치면

마치 또래의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처럼 초면에도 대화를 나누게 된다.

 

걔는 몇 살이에요?

아...아직 애기네요.

어머 다쳤나봐. 병원엔 데려가보셨나요?

큰 개에게 물려서 병원 가서 수술했어요.

어머 불쌍해라...

이젠 다 나았나요? 붕대 풀었네?

아니요 아직 밴드는 붙이고 있어요. 더워서 붕대만 풀었어요.

 

사람들도 없고 여기 넓은 공턴데 그냥 자유롭게 뛰게 줄을 풀어놓으세요 하는

어느 아저씨의 말을 들었다가 내남편은 어떤 할머니한테 혼쭐이 난 적이 있다.

우리 강아지 매리가 좋다고 달려드니까 그 할머니 손주가 자지러질듯이 놀래 울어서...

 

매리는 어린 아이들을 무척 좋아해서 저를 좋아하는지 어떤지도 모르고

무조건 좋다고 꼬리치며 달려가는데 애기 입장에선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지만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아이도 있다.

 

할머니야 손자가 우선인데 남의 집 강아지 때문에 놀래서 우니까 화가 나셨겠다고

충분히 이해하지만 강아지 좋아하는 내남편은 무척 서운했나보다.ㅎ

 

비명지르며 비켜가는 사람들을 보면

어머 우리 매리는 참 순하고 겁도 많고 애기처럼 너무너무 예쁜데

왜 저렇게까지 거부반응을 일으킬까? 의아하니 나도 참 간사하다.

 

나도 얼마전까진 남들이 강아지와 나 한 입 너 한 입 뭘 나눠먹고

뽀뽀를 하고 그러면 전혀 이해를 못 했었으니까.

 

지금은 같이 뛰고나면 더워서 팥빙수를 사먹기도 하는데

매리도 얼마나 더울까 싶어서 얼음을 건져서 입에 넣어주면서 흐뭇해하고 있으니...

 

내가 아이스크림을 손으로 떼어서 매리에게 가끔 한 입씩 주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아이고...너 호강한다. 사람도 못 먹는 아이스크림 간식까지 먹다니ㅎㅎ'

이럼서 지나가기도 한다.

 

우리 매리를 보고 예쁘고 귀엽다고 말해주는 어린아이들이나 어른들을 만나면

반갑고 고맙고 우리가 아무짓도 안했는데 싫은 표정을 지으면서 피하는 사람을

보면 은근히 서운하다.

 

특히 '이 강아지 한 번 만져봐도 돼요? 사나워요? 깨물어요?' 물으면서

다가오는 아이들이 이쁘고 또 놀란 것은 남자분들이 강아지를 싫어할 것같은데

의외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거다.

 

매리를 데리고 길을 가다 보면 한 번 안아봐도 되냐고 묻거나

웃으며 매리한테 뭐라뭐라 말을 거는 노점상 아저씨들,지나가는 행인 아저씨들이 많다.

 

한 번은 매리를 전봇대에 묶어놓고 제과점에 빵을 사러 잠깐 들어갔다 나왔는데

날 따라가고 싶어서 어지간히도 몸살을 앓으면서 짖어댔나보다.

 

'너 엄마 와서 좋겠다. 이제 엄마 따라 집에 가라~' 이러면서 손수 강아지줄을 풀어주는

그 전봇대 주변 수리기사 아저씨들도 만난 적이 있다.

 

그럴 때 난 그들의 얼굴이 다시보인다.

동물을 이렇게 사랑하니 왠지 사람은 더 사랑할 것같고 마음이 너그러울 것같아서.

 

그리고 강아지를 싫어하는 분들에겐

우리같은 사람들을 조금만 너그럽게 이해해주셨으면 하고 당부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