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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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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에 즈음하여(5일 남았네)


BY 박애경 2011-06-15

 사무실 앞에서 시끄럽게  부식차량이  외쳐댄다.

"감자가 왔어요, 양파가 왔어요. 저장용 감자와 양파를 아주 싸게 드립니다."

살며시 문을 밀고 내다보니 양파망과 감자 박스만 실린 차이기에

다가가서 보니 감자의 씨알이 제법 굵은게 보이길래 가격을 물었다.

 

 지난 일요일 시장통을 바쁘게 지나치는데 감자가 눈에 들어 왔다.

흔히들 말하는 갓난아기 머리통만한 햇감자가 나와 있었던 것이다.

가격을 물으니 1관에 8000원이라는데 20KG이면 40,000원 인것이다.

맛뵈기로 다섯개를 골라 집으로 가서 바로 강판에 갈아  감자 부침개를 부치니

그렇게 쫄깃거리수가 없다.

다섯개를 그자리에서 부쳐먹으면서 아들이 오면 감자 부침개를 해줘야겠단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감자를 만난것이다. 한박스에 28,000원 을 두말 않고 돈을 주며

대신 씨알이 굵은놈으로 골라 달라 했다.

  큰애는 어린시절 그닥 채소를 즐기지 않으면서도 유독 감자 부침개는 잘 먹었다.

그래서 6월 하지감자가 나오면 거의 두박스는 감자부침개로 부쳐 먹곤 했다.

 

 감자 부침개는 지금(이때) 먹어야 맛을 제대로 알수 있다.

햇감자일때 껍질을 살살 벗겨 강판에 꼭 손으로 갈아야만 감자의 입자가 익은 후에도

식감으로 살아 나기때문이다.

한개 갈아서 한장 부치고,익는 사이에 또 갈아서 바로 부치고~~

감자 갈은 것에는 약간의 소금(구운)만 넣고 다른 채소는 넣지 않는게 감자부침개의

참맛을 알 수 있는 비결이다.

들기름 두른 후라이팬에 감자 갈은것을 강판에서 바로 후라이팬으로 국물한방울까지 쏟아 붓고

고루 펴서 중불로 익히면 연노랑(아이보리) 부침개가 고스란히 부쳐지는데

한김 나가면 더 쫄깃쫄깃한게 누구나 반할 만한 맛이다.

감자를 안 먹는다는 사람들도 내가 부쳐준 감자부침개를 먹어 보고는 모두 반했으니 말이다.

 

 강원도 사람치고 어린시절 감자를 먹지 않은 사람이 없을텐데

나도 그중 한명인지라 감자 반찬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었다.

결혼을 하고 3년차 였을때니 꼭 20년전인데 남편의 발령으로 강릉으로 이사를 갔다.

강릉은 그당시 포남동쪽이 모두 밭이거나 논이었는데 그 벌판을 감자가 모두 덮고 있었고

6월 20일 즈음이면 그감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감자가 흔한 만큼

동네 골목길이건,시장 입새건,터미널엔 이쪽저쪽으로 감자부침개 장사들이 난전을펼치곤 하는데

 그분들이 하나같이 한개 갈아 한장 부치고 또 한개 갈아 한장 부치는 식으로 부침개를 파는데

한장 사먹어 보니 세상에나 감자가 이런 맛일줄이야~~~

강릉엔 일년뿐이 살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난 햇감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박스째로 들여 놓고

식구들에게 감자부침개를 해먹였는데~~~~

아들애가 그 맛에 길들여 졌던 것이다.

두박스를 거의 먹어 갈 즈음이면 그해엔 감자 부침개도 실컷 먹은 거고 들기름도 PET병이 바닥을

들어내가고 있는중.  박스 바닥에 남은 감자면 그 해 일년은 감자 살 일이 없는것이다.

하지만 그 감자를 순전히 팔뚝 힘으로만 갈아야 하는것이기에 여간한 주부는

만세를 부를수밖에 없으리라.

 

 감자를 혹시나 믹서에 한꺼번에 갈아 부치면 식감을 알수도 없을뿐더러

식으면 쫄깃거리는게 아니라 뻐덕뻐덕한 맛없는 감자부침개를 먹게 되니 주의 하시길.

 

 휴가 나온 아들이 감자부침개를 맛있다 맛있다 하며 먹을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