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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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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일


BY 박애경 2011-01-24

23일 일요일 오전 늦은 아침을 먹고  며칠 벼루던 남편의 머리를 잘랐다 .

그렇다고 내가 재주가 좋아 전문가 솜씨로 머릴 자른것은 아니고 단지 남편의

머리카락이 몇 올 남지 않는것과 곱슬머리라 적당히만 자르면 설령 양쪽

길이가 차이가 난다손치더라도 그닥 표시 나지 않기 때문에 이발비 주는 것이

아까워 집에서 손질하고 있는 것이다.

 

현관 문밖으로 보자기를 털러 나갔다가 들어오는데 내 손전화가 울려대고 있고 딸아이가 전활 들고 현관 쪽으로 오고 있다.

일요일엔 전화 울릴 일이 거의 없는 터라 '혹시 아들인가?'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면서 얼른 전화를 손에 들며 번호를 보니 033-481-03×× 이다.

통화 버튼을 눌렀으나 연결은 되지 않고 끊긴다. 내가 통화버튼을 누르니

'착신이 금지 된 전화입니다.' 란 친절한 아가씨의 멘트만 들려 올뿐~~~

힘들게 전화 했을 텐데 못 받아서 애간장 녹아내리는데 다행히 전화가 다시 울려

받으니 <어~엄~마!>수신자부담 전화라 얼른 아무숫자나 누르고 연결을 했다.

목이 메여 얼른 말을 뱉어내지 못하고 목울대에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아들 이름을

부른다. 재빈아!!!

속사포 같은 아들의 말이 쏟아지고 난 그냥 듣고만 있어야 한다.

"엄마 먹고 싶은게 너무너무 많고, 편지를 매일 받아서 좋으니까 계속 편지 많이

써주고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포상전화 하는 거라 시간이 짧은데 처음

전화 안 받아서 당황했어, 제한시간 1분이야, 뒤에 사람 엄청 많이 기다려서

얼른 끊어야하니까 아빠 바꿔주세요." 여기까지가 내가 통화한 전부이다

아빠도 몇 마디 하지 못하고 동생에게 넘겨준다, 딸아이 통화하는 옆에서

목청껏 "아들!  사랑한다." 소리 지르며 1분여의 시간이 찰나에 지나갔다.

 

끊고 난 뒤 통화내용을 다시 음미하니 아들의 목소리에 생기가 철철 넘쳐 흘러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반쯤 죽은 게 아닌가 했던 그동안의 우려가 싸~~악 씻겨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