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8시 28분
5호선 개화산 역 출발
도착하여 출구 나가기 가까운 곳에
맘에 드는 자리를 앉을 수 있을 만큼 여유로움
갑자기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일고
자세를 바로 세워야 할 때
무척이나 불안해 보이는 한 사람이 옆자리에 앉는다.
어깨에 멘 빅 백을 무릎위에 얹고
한 손에 들려있던 뭔가 가득 들은 쇼핑백 바닥에 내려놓고
다른 한 손 피 엠 피 가방위에 올려놓고
입에 물려 있던 자판기 커피 종이컵 을 내렸다 다시 입에 물었다
빅 백 다시 정리하여 자리를 마련하고
입에 물려있던 종이컵 내려 아슬아슬 자리 잡아 앉혀놓고
빅 백에서 삼각 김밥 꺼내 한입 베어 먹고
손에 묻은 가루 털어내고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삼각 김밥 다시 한입 베어 먹고
손에 묻은 가루 털어내고
종이컵 다시 입에 물고
가방 속을 뒤적뒤적
한참동안 뒤적뒤적
립스틱과 거울 꺼내 가방 앞쪽에 놓고
또
다시
반복
그러는 동안 눈은 계속
피 엠 피 에만 머물고 있고
보는 옆 사람이 무척이나 불안하여 신경이 쓰이고
정작 본인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행동
그렇게 김포공항역은 바쁘게 지나간다.
반듯하게 펼쳐진 내 무릎위의 책은
경이롭게 옆 사람을 살피기에 바쁜 탓에
오늘 관심을 받지 못하고 그 페이지 그대로 부족한 잠을 자고
곳곳에서 낯익은
그러나 알지는 못하는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고
같은 자리에서 매일 보이는 얼굴,
아는 채 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님
그렇게 속으로 은근히 반가운 얼굴들로
늦음과 이름을 체크 하고
오전 8시 38분 우장산역 도착
우장산역 2번 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살짝 방향을 전환하면
저 높이 언덕이 보인다.
저 언덕 정상이 나의 일터가 있는 곳이다.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출발
딱! 딱! 딱! 딱!
밑창이 닳아진 구두소리가 요란하다.
단 한 번의 쉼표도 없이
딱! 딱! 딱! 딱!
휴~ 한숨 몰아쉬면
오전 8시 43분
엘리베이터 앞이다.
한 박자만 늦추면
노랗게 분칠하느라 수고하는 은행나무 행렬도
빠알갛게 부끄러운 척 손내미는 아파트속 단풍나무도
십대소녀처럼 웃어제낄 만큼 요상하게 구르는 나뭇잎도
넘어질듯 그러나 절대로 넘어지지 않는 유치원아이의 반가운 달음박질도
오빠 배웅하는 유모차속 아이의 예쁜 표정도
다
모두다
내게 주어진 선물인데
그 한 박자 늦추지 못하는
여유없음으로
오늘도 어김없이 이 시간에 여기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