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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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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게


BY 라니 2010-12-24

가을에게

그리습니다. 유난히 파란 당신의 색깔이 때로는 설레이게 때로는 쓸쓸함으로 그립게 만듭니다.

마음이 공허하고 스산해지며 몸이 오싹 일 때 등줄기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당신의 햇살이 마치 아빠의 수염처럼 따가워서 좋았습니다.

장마철을 보내고 업어지면 업어진 대로 쓰러지면 쓰러진 대로 그 자리에 있어주고 영글어 주고

거기에 가슴속까지 풍요로워 지는 황금색을 입고 있어서 더욱 멋있습니다.

해질 녘 굴뚝으로 피어오르는 밥 익는 냄새가 정겹고

엄마의 부름에 달려가는 아이들의 풍성하여 즐거운 발자국 소리.

바람이 밀어 주는 대로 혹은 이끌어 주는 대로

살랑거리는 코스모스의 머릿짓이 애교스러워 눈물 나도록 웃게도 됩니다.

서로 맘에 드는 색깔을 찾으러 마치 운동회 날 아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왁!

뛰어가는 나뭇잎들에게서 원하는 색을 찾은 기쁨과 뛰다 넘어져 깨지고 상처 난 안타까움, 그리고 그새 친구라도 만난 듯 수다스러움, 아직 색을 찾지 못해 애타는 마음, 여전히 초록이고 싶은 간절함 등 을 알게 되었어요.

까만 밤엔 도시의 야경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향기가 묻어있고 소담스런 사발 꽃들을 거꾸로 메달아 놓은 듯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들의 거기 있음에 탄성이 나옵니다.

오메~

항상 풍성하게 채워주는 당신의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이 주시는 선물임을 잘 알면서도

너무 익숙해서 감사하지 못하고 당연함으로 맞이하는데 소홀 하였습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뒤늦은 나이에 연애편지를 쓰라는 과제를 받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