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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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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모릅니다 - 169


BY 미르엔 2013-02-19

얼마전 그러니까 발렌타인데이 때

 

결혼한지 십수년이 지났기에

그리고 워낙 먹고 살기에도 정신이 없기에

쵸콜릿 같은 것은 기대도 안했습니다

그냥  초콜릿대신 한마디 말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뭐 사실 그런 아무런 것이 없이 지나가도

이젠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사실 편의점에서 초콜릿을 팔고 있는 것을 보고 그날이 발렌타인데이란 걸

퇴근길에서야 알았답니다 

 

나보다 먼저 퇴근 한 아내는 저녁밥상을 준비했나 봅니다

나는 그날도 여느때처럼 퇴근해서 밥을 먹으려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고기가 상에 올라왔습니다

고추장에 양념된 돼지고기가 맛깔지게 밥상에 올라왔습니다

 

집에서는 한동안 고기 구경하기가 힘들었는데

너무도 오랫만이라서 허겁지겁 단숨에 밥을 두그릇이나 뚝딱 해치웠습니다

그렇게 맛나는 저녁시간을 보내고 무심결에 몇일이 지나서야

그 때 그 고기가 초콜릿대신, 내게 준 선물이란걸 알았습니다

 

참 미련한 아내는 내게 그런 말 한마디도 없이 초콜릿대신 고기를 준비한 것입니다

참 미련한 나는 먹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그런것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자기 혹시 그때 그 고기가 초콜릿 대신이야?" 라고 아내에게 묻자

피식 웃으면서 "하두 고기타령을 해서 그냥 해준거야" 라고 말합니다

 

" 내가 미련해서 미안해~"라는 말한마디도 없이....

내가 알아주지 못해 아내는 얼마나 서운했을런지...

 

갈수록 점점 무뎌져만 가는 미련한 나는

오늘도 먹고살기 바쁘다보면 그럴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면서 출근길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