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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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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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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모릅니다 - 79


BY 미르엔 2011-03-11

퇴근무렵 아내에게 문자가 온다

술한잔 사달란다

아내가 술을 먹을테니 내겐 술한잔 하지말고 운전하란다

다른 사소한 선약이 있어지만 알았노라고 하고 서둘러 집으로 갔다

 

아마도 내 기억상으로는 결혼 후 이런일이 한두번 정도라서

거절할수도 없었고, 또한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아들과 나 그리고 아내는 셋이서 닭한마리에 소주를....

그런데 난 딱 한잔밖에 마시질 않았는데...

평소 한두잔도 잘 못마시던 아내가 무려 다섯잔이나 마시는 것이었다

얼굴은 빨게지면서... 조촐하게 조용한 술자리를 마쳤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차에서 정신을 잃다시피 했고

어렵게 집안에 들와와서는 온몸에 아프다며, 속이 울렁거린다며,

오늘은 따로자야겠다며 이래저래 몇마디 하다가는 화장실로 뛰어간다

애써 먹은 저녁을 변기에 모두 반납하고는 그것도 모자라서

밤새 화장실을 들락나락 거린다

 

아내의 잠자리를 따로 준비해 주고서는

아들과 나 단둘이서 따로 잠을 이뤄야만 했다

 

분명 내게 할 말이 너무도 많았을 아내였을텐데...

갈수록 점점 더 힘들어지는 현실에서 아내는 무척이나 속이 상한터였을텐데...

모든 것은 술기운에 내게 퍼붓고 싶었을텐데...

아내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밤새 술과 시름하며 지냈다

모든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나였기에

나 또한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조용히 그렇게 지켜봐 주기만 했다

 

술자리를 빌어서 아무런 말없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은 지난밤.

두고두고 잊지 않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