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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으로.....로또가 된다면..


BY 박시내 2011-02-22

로또 일등이 되었다고 상상을 많이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상을 하면서 입이 헤벌쩍 해지겠지?

 

잠이 안오는 밤에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면서 이런 상상놀이를 하곤한다.

 

그런데, 이 상상놀이는 매번 비극적으로 끝을 맺기 일쑤다.

 

그건 아마도, 로또당첨이후 인생이 더 꼬여버렸다는 기사를 많이 접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부부말야..너무너무 착실한 기독교신자였구, 두 부부가 금술도

 

너무좋았는데, 로또가 되고서 완전 망했잖아.... 남편이 로또가 되더니 바로

 

좋은 차 사고,  교회도 안나가고, 그리고 아내가 자꾸만 친정식구들 도와줘야

 

한다며 돈을 달라고 하니까 이혼했다는거야.. 그리곤? 그 남자, 좋은 차에 젊은

 

여자 태워다니고, 룸싸롱다니고.. 마약도 한다지아마? 아예 폐인이 되었다는데?'

 

이건 기사가 아니고, 내 아는 사람이 직접 목격하였노라며 핏대올리며 내 앞에서

 

했던 말이다.

 

진짜. 그 집은 로또때문에 집안이 망한 케이스다.

 

그렇다면, 만약 나한테 로또 일등의 행운이 온다면 어떨까?

 

내 머릿속은 너무나 분주하다.. 감고있는 눈속의 눈동자가 막 움직인다.

 

뭐부터 하지?  음.. 일단, 돈은 좀 있다가 찾아야겠지?

 

그리고 누가 그러는데.. 돈 찾으러갈때 은행에 "목요일쯤 가겠습니다"라고

 

해놓고선 화요일쯤 급습해야한다고 하던데?

 

요즘은 조폭들이 어떻게든 알아내서 해꼬지하지 않을까?

 

오만가지 기부단체에서 줄나라비 서서 손벌리며 들이닥치는건 아닐까?

 

어휴.. 머리아파..

 

암튼 화요일에 돈을 찾자...

 

그 전에 해야할일이 있다.  뭐냐하면  일단 몇달동안 해외로 나가는거다.

 

이 흥분을 해외여행으로 약간은 중화시키며, 이 어마어마한 돈을 허투로

 

쓰지않도록 계획을 잘 짜야하지 않겠나?!

 

갑부들이야, 이까짓(?)로또 일등의 돈이야, 소유하고있는 몇개(또는 몇십개)의

 

빌딩들중 한채의 값정도 밖에 안되겠지만,  연봉이 삼천밖에 안되는 이 불쌍한

 

극서민한테는  손발이 떨리고, 입술이 떨리고, 동공이 확장되고, 가슴이 뛰어서

 

도저히 우황청심원없인 견디기 힘든 액수이니, 흥분을 가라앉힐 재간이 없는것이다.

 

일단,, 떠나고보자.

 

여행도 많이 다녀봤어야, 이럴때 편하게 쉬다올수있는 나라가 어딘지 알지! 원!

 

사람들이 많이 북적대지않는곳으로 가야겠지? 특히 한국사람들..

 

여행을 가서도,  흥분이 가라앉지않아, 앉아도 앉은것같지않고, 누워도 누운것같지

 

않을테지.  진수성찬을 앞에 놓고도 어찌 목구멍이 꽉 막혀 넘어가지도 않을테지.

 

맨날 동네 허름한 미용실에서 빠글빠글하게 파마하며, 달수지난 월간지앞에놓고

 

펼쳐볼적엔, "와..여기 여행가면 좋겠네.."  "우왕..이 나라 가면 이음식 진짜 맛

 

있겠네.." 하며 감탄을 연발하였건만,  도무지, 그게 어느나라였는지, 그게 어떤

 

음식들이었는지, 당최 떠오르지조차 않는것이다.

 

호텔에 모여앉은 네명의 가족은 저마다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앉아,

 

"언제 한국갈거야?"  "가면 뭐부터 할거야?" "우리 로또당첨된거 누구한테까지

 

말해야하는거야?"  "큰집엔 얼마정도 내놓아야하는거야?"  등등등...

 

우리는 기사에 왕왕 실려나왔던, 로또패배자는 절대 되지않을것이라,자식앞에서

 

자식은 부모앞에서 눈동자전혀 흔들림없이 각오심을 갖는다.

 

"이 돈으로 일단 작은 빌딩을 사자...강남은  이 돈으로는 새발의 피 밖에 안되니까

 

저렴한동네로다가.. 그렇지만 월세는 잘 나올 수 있는 곳으로다가.. 한국가자마자

 

복덕방을 뒤져야겠군.. 사기당할염려도 항상 조심해야하니까..우리는 모두 자나깨나

 

입단속이다!  

 

 

한국으로 돌아온뒤..동분서주하며, 이젠 흥분도 어느정도 가라앉았고, 최고의 행복한

 

시절일것일테지..  로또로 받은 돈의 액수가 찍혀있는 통장을 열어보고, 또 열어보고

 

동그라미갯수를 세어보고, 또 세어보고..  배꼽이 간지러운건지, 자꾸만 자꾸만

 

온몸 어딘가 간지러워서 자꾸만 자꾸만 헤헤거리며 웃음이 나오는데, 꼭 정신나간 사람

 

같을테지..  마트에 가서도, 웃음이 나오고, 길거리에서도 웃음이 나오고, 그저 웃음이

 

나오는걸 주체가 안될테지...

 

아이들한테 비싼옷한번, 메이커있는 운동화한번, 못사주며 키웠는데, 시내한복판에

 

있는 백화점에 데리고 가서 옷이랑 운동화랑, 이것저것 사줘야지.

 

헌데,, 전혀 이쪽으로는 아는게없으니,,매장직원들에게 촌빨날리며 묻겠지?

 

"요즘 잘 나가는게 뭐죠?" "요즘 애들 뭘 선호하죠" 하면서 말이지..

 

나도 여성복매장에 올라가 쩡~하니,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을 홀딱 벗겨오겠지..

 

아마도 며칠,,아니 몇주는 서울시내 백화점을 성지순례하듯 돌아다니겠지.

 

"어휴,,다리아파"  "어휴 돈쓰는것도 힘들어 죽겠네.." 하며말이지.

 

네명의 가족 도합 오만원이상 넘는 한끼의 외식을 이젠,  한명의 식사값으로도

 

모자라는 그런 외식을 매일매일 하게되겠지..

 

점점 입맛은 까다로워지겠지.  듣도보도못했던 온갖 패밀리레스토랑에서부터

 

테레비젼에 한번쯤은 나왔음직한 맞집기행까지.......

 

얼마나 행복한 삶이겠는가??  가족들의 얼굴엔 항상 웃음이 떠나지않을테지?

 

로또당첨의 행운에 이어 목좋은곳의 빌딩도 접수하게 되어. 매달 나오는 월세와

 

남아있는 돈까지,, 돈이 줄지않는다.

 

집도 넓혀가겠지.   두녀석 한방에서 부대끼며 욕지거리하며 똥컴한대갖고 쌈하는

 

상황에서, 이젠 각각의 방에서 따끈따끈한 신상컴퓨터한대씩 끼고 앉아, 이젠

 

서로 화장실앞에서 마주치거나, 어쩌다 물먹으러 주방에서 마주치는일외엔

 

두명의 형제는 그렇게그렇게 사생활을 갖게되겠지.

 

부부는?  남편은 더이상 연봉그지같은회사를 다니지않겠다며 뛰쳐나오겠지.

 

연봉보다 많은 월세가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겠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이 이런거였구나..를 그때

 

비로소 알게되겠지..

 

나는? 갑자기 바빠지겠지.  갑자기 부자가 되니. 여기저기서 만나자는 친구들,

 

그리고 매번 마네킹이 입고있던 옷만 벗겨오던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면서,

 

백도, 구두도, 악세사리도.. 사러 다녀야하겠지.

 

그러면서 난 주방과는 점점 멀어지겠지.  마트에서 호박하나 손에 들고는 며칠전의

 

호박가격을 기억해내느라 낑낑거릴일도 없어질테고,  몇종류의 자반고등어앞에서서

 

물음표를 백개정도 날리다가  하나 집어들일도 없어질테고, 휴지하나 살때에도

 

미터당 97원이냐, 미터당 102원이냐..하나씩 눈으로 훑을일도 없어질테지..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대로, 큰애는 큰애대로 작은앤 작은애대로, 이렇게

 

우리식구는 손따로발따로 그렇게 살아가게되겠지..

 

그러다가, 어느날, 몸살이 나서 쇼파에 퍼져 누워있게 된날... 일요일인데..

 

내 눈에서 눈물한방울이 또르르 굴러떨어지겠지.

 

이틀에 한번씩오는 도우미덕에 집안은 깨끗하나, 집안에 냉기만 돌고있음에야....

 

아이들은 각자방에서 숨소리도 안들리고, 남편은 밤과낮이 바뀌어 이렇게 해가

 

뜨다못해 지게생긴 이 대낮에 자고 있음에야.........

 

예전엔..예전엔....

 

작은놈이 뛰어나와 "엄마. 나 아침 뭐해줄거야?" 같은 방쓰는 형이 따라나와

 

"야..오늘 네가 이불개야지.. 네차례다!"하며  악을 쓸텐데...

 

"엄마,,오늘 나 컴퓨터한번도 못했는데, 형아가 하지말래"

 

"엄마..저새끼 개구라떠는거야..하나도 못했다구..네가"

 

"욕좀 그만해라.네가 맨날 욕하니까 네동생이 그대로 배우잖아!"

 

"그치..엄마.. 형아가 좋은 본보기를 안보여요...."

 

"죽을래?"

 

"이따가 마트 같이 갈 사람....."

 

"같이 가면 내가 사달라는거 사줄거야?"

 

.....................................

 

이젠 메아리처럼 귓가에만 멍멍거리겠지..

 

좁은집에서, 풍족하지못함을 애써 참아가며, 부대껴가며, 그렇지만

 

그 옛날을 너무 그리워하진않을까?

 

"쓰레기갖다버리면 2천원줄께..." 하지만

 

이젠,,그들은(아들두명) 항상 지갑이 두둑하여, 먹고싶은건 알아서 먹고,

 

사고 싶은건 알아서 사고, 뭐~든 알아서 척척이고, 이젠 엄마와의 대화에서

 

멀어지겠지.....

 

그건 내가 밖으로 내돌아버린 몇년같은 몇달로도 충분했음아닐까..

 

난 그대로 쇼파에 누워 생각하겠지.

 

다신 예전으로 돌아갈수도 없을거야..하며.

 

그땐, 만원같은 천원한장으로도 아껴가며 참아가며 살 수있었지만,

 

이젠 천원같은 만원으로 물이 들어버렸으니 말이야.

 

이젠 형제도 서로 대화하는일이 거의 없어져버릴테지.

 

아......... 이건 비극인거지.

 

가족인데 말이지.

 

난 오늘도, 내일도 로또상상을 하게되겠지만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상상을 하고싶다.

 

근데 왜 자꾸만 해피앤딩으로 끝나질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