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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간호사가 온날..


BY 박시내 2010-10-20

침대에  종일 누워만 지내는 엄마.

 

한달에 한번씩 경희 의료원에 약만 타러간다.

 

근데 의사가 바뀌면서 환자를 한번 데리고 와보라고 한다.

 

헐.... 치매라는 진단받은게 6~7년전 일인데.. 그리고 그 후로 꼬박

 

약만 타러갔었다.

 

작년초에 한달간 입원해 있을때 빼고, 전 의사선생님은 항상 처방전만 줬었다.

 

그런데 바뀐 의사가 태클을 걸은것!

 

그렇게 되면  엠블런스를 불러야하고, 굉장히 북잡해지는거다.

 

그래서 병원에는 가정간호사라는 제도가 있다.

 

간호사가 집에 와서 간단한 진찰(혈압, 체온, 맥박, 오줌검사,피검사..)을 하고나서

 

주치의사한테 서류를 건네주는것이다.

 

작년 한해는 일주일에 한번씩 가정간호사를 불렀다.

 

한번 올때마다 2만얼마정도 한다. 

 

그리고 엄마가 육체적으로 좀 괜찮아졌기땜에 이젠 필요할때만 전화를 한다.

 

 

어제 가정간호사가 왔다

 

그리고 엄마의 치매검사(?)를 하는데

 

이건 치매등급판정받을때에도 건강보험공단에서 나와서도 본것이다.

 

엄만 빵점을 받았다.  저번에도 물론 빵점을 받았었다.

 

엄만 굉장히 머리가 좋은 편이었고, 음식도 잘 만들고, 책도 많이 읽었는데

 

치매는 한 순간에 사람을 바보를 만들어버리는것이다.

 

 

"할머니,, 지금이 몇월이예요?"   "............" 몇월이란 낱말의 의미를 알아야지원...

 

"할머니, 지금이 봄여름가을겨울중 언제예요?"   "겨울.."

 

아마 "여름 가을 겨울 봄중 언제예요?" 했다면 봄이라 했을것이다. 나중한 말을 따라하는것이지.

 

"할머니, 천원에서 삼백원을 썼어요, 얼마 남았어요?"  ".........."

 

간호사는 동전을 꺼내 엄마앞에 내려놓고,"할머니,,이거 뭐예요? 이 동그랗게 생긴거 뭐예요?"

 

엄만 동전을 만져보며 "..........?"  모른다.

 

간호사는 탁자위에 놓인 탁상시계를 집어들고 " 할머니.. 이거..숫자 써있고 바늘보이죠? 이거

 

뭔줄 아세요?"         "...그러게.. 그냥 보는거...."

 

"할머니,, 내가 누구예요,  좀전에 내가 누구라고 했잖아요,,내가 누구예요?"

 

한참을 간호사를 쳐다보던 엄마.."..얘..너 예뻐졌다.."

 

"할머니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 따라해보세요..나무"  "나무".  "비행기"    "..비행기"

 

"소나무"  "....소나무"   "할머니 좀있다가 이거 세개 뭔지  말해줘야해요"

 

그리곤 일분도 안돼, "할머니 좀전에 내가 말한 세가지 뭐였죠?"

 

".... 얘,,너  아주 예뻐졌어.. "            "아니,,할머니..좀전에 내가 말한거..."

 

엄만 기억력이 초단위로 끊어지는데뭐...

 

간호사는  볼펜을 손에 쥐어주며  "할머니,,동그라미한번 그려봐요.."

 

엄만 볼펜잡는 법도 잊어먹었다.  볼펜을 들고 뚫어져라 쳐다보기만할뿐.

 

 

작년엔 기저귀를 가는 도중에 기저귀안의똥을 주물럭거리기도 했다.

 

왜 만지냐고했더니  좀있다가 아들이 온다고 해서 지금 반찬을 만들고 있는중이라고 했다.

 

 

벽에 똥칠할때까지..... 우린 악담을 할때 이 말을 쓰곤한다.

 

정신줄을 꼭 붙잡고 살아야할터인데, 정말이지 걱정이다.

 

'내병은 내가 고친다'란 책에서  한의학적으로 볼때 치매는 뇌의 자살이라고 했다.

 

마음이 우울하고, 화가 나고,,하니 자꾸만 몸이 아픈거다.

 

엄마역시 아프단소리를 항상 입에 달고살았다.  약의존증도 있었다.

 

한동안은 훼스탈과 베스타제없인 못살았고, 정로환과 네오톤도 장복했었고,

 

신경안정제도 먹었었다.   항상 두통을 호소했고, 명치가 막혔노라고 끙끙 앓아댔고,

 

후딱하면 몸져누워있곤했다.  내 기억속의엄만 항상 병자였다.

 

감기를 몸에 달고 다녔고, 항상 추워하고, 보약을 한해에 두번씩 먹었었다.

 

그런데 치매가 오고나선,  즉  정신이 나가고나서부턴,, 웃기게도

 

아무데도 아픈데가 없어진거다.   한겨울에 내복바람으로 거리에 뛰쳐나가, 한시간을

 

바람맞으며 돌아다녀도,  감기한번 안걸리고,  지금도  자꾸만 이불을 바닥에 던져서 맨몸으로

 

잠을 자도,(예전엔 전기요에 덮는것또한 두겹을 덮어도 입에서 "추워"소리가 떠나지않았다)

 

춥단말 안한다.

 

뇌의 자살....   몸이 살기위해 뇌를 버린게 맞나부다.

 

 

나이가 들면서 홧병이란게 생긴다. 

 

왜, 늙으면 과거와의 맞장을 뜨고 싶은지, 자꾸만 과거의 씁쓸했던, 아니면 불쾌했던, 아니면

 

쪽팔렸던, 억울했던, 치사스러웠던... 안좋았던 기억이 떠오르는걸까?

 

행복했던 기억은 저..밑에 깔려있는 앨범꺼내듯 쉽지않은데

 

안좋았던 기억은  가을에 낙엽이 발에 걸리듯 자꾸만 걸리적거린다.

 

남들도 그런가?  아니면 내 유전자에 엄마의 유전자가 흘러다녀서?  무섭다.

 

 

내려놓을만큼 다 내려놓은 인생인데,  남편이 무능해도, 아이들이 공부를 못해도,

 

현재의 삶이 비참해도,  지갑에 동전소리만 들려도, 난 그저 끌탕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왜, 왜, 자꾸만 과거가 나를 붙잡는가?

 

나한테 상처가 되는 말을 한 사람에게 한마디도 못했던 일,

 

내가 피해자인데 졸지에 가해자가 되어버린 상황을 슬기롭게 반전시키지 못했던 일.

 

내 잘못이 아닌데 내 잘못인양 굴때, 아니라고 생떼라도 써보지 못했던일..등등

 

한마디로 억울함으로 점철된 내 과거가 ,, 내 현재를 지배하고 있으니,원,

 

 

난 엄마처럼 되기싫은데,, 어떻게 하냔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