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비전에서나 보는 황당한 일들이 내게도 일어나긴 하나부다.
가끔씩 드라마에 비추는 치매환자들의 묘사.. 아는게 그게 전부였었다.
가령, 어제까진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오늘 바지에 쉬를 했네.. 어 이상해.. 엄마 왜그래..
이러면서 치매를 알게되고, 또,, 그냥저냥 단순하게 어..집이 어딘지 자꾸 잊어먹네.. 또..
사람을 못알아보네.. 그러면서 소파 한쪽에 얌전히 앉아만 있는것으로 묘사되기 일쑤다.
치매는 참으로 이기적인 병이다. 본인은 아프지 않기때문이다. 모르기 때문이다.
아파하는 사람도, 슬퍼하는 사람도, 주변인이기때문이다.
치매가 오면 본능만 남으며, 인지능력은 두세살정도로 내려가버린다.
정신병부터 시작한 엄마의 치매.
난 너무 깔끔떨며 결벽증적인 사람이 싫다. 쳐다보고있으면 불안해서 죽겠다.
그런사람은 십중팔구 까칠하고, 신경질적이다.
본인은 더러워죽겠어서, 귀찮아도 치우고 정리하고 한다지만, 그 귀찮음에 주변사람들을
달달 볶는다, 그리고 다시 어지럽혀지는것에 대해 공포감까지 조성하며 또 달달볶는다.
아무것도 하지말고 있어야한다. 편집증.
엄만 편집증이 있었다. 모든것엔 질서가 있어야했다.
영화 '적과의 동침'에 나오는 남편같다고나 할까.. 도망쳐 나온 여자 주인공이 혼자살때
수건도 흐뜨려걸고, 찬장안의 통들도 어지렵혀 놓으면서 미소를 짓지 않던가..
엄만,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해야만 하고,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야하고, (시간적 편집증)
모든 물건들은 원래 자리에 있어야하며, - 난 세간살이는 이사할때나 옮기는것인줄 알았다 -
네것내것에 대한 금을 확실히 그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물질적 편집증)
모든 수건엔 이니셜을 수놓아 따로 썼으며, 딸과 함께 간 쇼핑에서 맘에 든 자켓이 있으면(딸도 맘에
들어하는 ) 같은 치수 의 옷을 두벌을 사야만 했다. 뭔가를 공용하는걸 극도로 싫어했다.
그리고 정서적 장애도 있는듯 하다. 자라면서는 몰랐다. 모두들 그렇지아니한가?
이 세상에서 우리엄마가 가장 반듯하고, 가장 훌륭하고, 가장 모범적이라고..생각하지않는가?
좀 이상한면, 다른 엄마들과는 다른면이 보여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것이라고 생각했을뿐이었다.
암튼... 정신병적인 부분에서 치매는 시작이 된것이다.
의심! 치매환자들의 대표적인 초기증상.. 사람 환장시키는 이 의심증.
난,,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사람이 만약 내앞에서 누군가를 의심하는 표현을 하면 '치매가 시작이 될
모양이로군 ' 하며 단정지어버린다.
나이 오십이 되면, 내 귀로 들은거, 내 눈으로 본거 외엔 절대로...절대로 넘겨짚는던가, 의심하면
않된다. 절,,대..로!!
왜냐하면 본인들은 '내가 살아온 경력이 얼만데.. 앉아서 구만리를 내다볼 수있어,,왜이래.." 하면서
되도않는 소리를 하는거다. 젊은 사람이 볼땐 아닌데..
나이 오십이면 판단력이 예전과는 너무 다르지 않는가? 이해력도 엄청 떨어지는것또한 느끼지않는가?
뭔가를 판단하려 섣부리 덤벼들지 말라는거다.
암튼.. 의심부터 시작하는 치매는 그렇게 길게는 십몇년을 끌어간다.
그러면서 주변사람들과 점점 멀어지는거다. 자신이 이해못하는걸 남이 이해못해준다하고,,
자신의 판단부족을 남때문이라하고... 모든게 남때문이라한다.
점점 기억력이 없어지는 증상이 동반된다. '아..건망증.." 이렇게 시작이 되는거다.
첨엔 가스에 올려놓은 남비 태우기,, 세금을 냈던가 안냈던가? 하며 생각하기...
그러면서 자꾸만 과거의 나쁜 기억들에 사로잡히기 시작하며 죙일 주변사람에게 생떼를 부린다.
왜, 육십년전 일과 싸워야만 하는가? 왜, 죽어 없어진 사람들과 싸워야만 하는가?
모르겟다. 엄마의 성격상, 그런건지,, 엄마의 과거는 온통 불만과 불행으로만 덮여있는것이다.
'사자의 서"를 읽다보니 이런 글이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죽은줄을 모른단다. 우리가 잠자면서 꿈을 꾸면, 그게 현실이라고 믿지않는가
꿈에서 깨어났기때문에 꿈인걸 아는것이지.. 죽어서도 죽은줄 모르는 영혼은 그저 꿈을 꾸는 상황
이라고 한다. 꿈에선 육신을 갖고있기때문에 자신이 계속 살아있다고 생각을 하는것이다.
처음엔 살면서의 좋았던 기억으로 행복하다가 점점 불행했던 기억으로 인해 고통스럽다고 한다.
치매가 그런건가?
치매가 오면서 성격이 더 온화해졌다는 어떤 할머니의 얘기를 들은적이 있긴하다.
단지 기억력만 없어졌을뿐,, 젊어서는 까칠했던 양반이 반대가 되어버렸다는것이다.
그렇지만 내 엄마는 젊어서 가끔씩 광폭해졌던 그 상황으로 치매가 와버린것이다.
"건망증이 심해졌어..."로 십수년이 흘렀다면
그 다음 단계가 바로 과거와의 전쟁이다. 이 단계로만 또다시 십수년을 보낸다.
과거의 한 싯점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는것이다. 그건 현실과 똑 같다.
그 곳엔 삼십년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부터, 암튼..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 총 동원된다.
그러면서 진짜 현재는 점점 없어지는것이다.
타임머신을 잃어버려서 현재로 돌아올수없는 상황.
지금이 여름인지, 겨울인지모른다.
배가 고픈지 부른지도 모른다. 일어나서 걸을 줄도 모른다. 아니..일어나는 방법을 모른다.
"아.." 하고 입을 벌릴줄도 모른다. 옆으로 돌려 누울줄도 모른다.. 팔을 머리위로 올리는것을 모른다
기능은 정상이나, 방법을 모르는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선셋 신드롬(일몰후 증후군)
치매는 야간에 더 난리가 나는 병이다. 차라리 햇빛이 쨍쨍하면 자던가, 풀이 죽어있다가도
날이 흐렸거나, 저녁으로 갈수록, 눈빛부터가 달라진다.
대변도 꼭 새벽녂에 눈다. 이젠 괄약근이 망가졌는지, 변이 모았다가 나오질않고 수시로 나온다.
소변역시 쥐오줌만큼 수시로 나온다.
"다스께떼구다사이네 오또상" 이 말을 아마도 하루에 천번은 하는것같다.
하고싶은 말이 이 문장으로 나온다. 밥(죽)을 들고 들어가도 내 얼굴을 보며 "다스께떼..."
"엄마 추워?" 하면 " 아니,,안춥고,,다쓰께떼..이데스까라네데스가... "
똥기저귀를 갈아주고 나오는 뒷통수에 대고는 악을 쓴다."저,개같은년은 누구야? 가라그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는 누가왔냐..하고, 테레비에 나오는 사람들마다 시비다.
깔끔쟁이였던 엄마. 거의 편집증인 결벽증.. 만약 본인이 이런 상태로 누워있다는것을 제정신으로
바라본다면 어땠을까? 항상 산발인 머리(매일 깔끔하게 물뿌려빗고, 파마에 염색에 단정했던)..
자신의 가장 은밀한부분을 낯선 요양사(하루에 네시간 와서 봐주는) 가 이렇게저렇게 만지고,
하고싶은 말도 제대로 안나오는데 그래서 답답한데 아무도 신경안쓰는것같은 이 분위기...
이런상태가 일년이 넘었다. 이렇게 침대에 누워서 대소변보고, 떠먹이고..
아마 이런상태가 또 십수년가지않을까? 엄마나이 82세.
친구 시어머니가 지금 90이 넘었는데, 현재 내 엄마같은 상태를 십년정도 보이다가
작년부턴 목줄끼고 ( 이젠 물이며 죽이며 삼키는 방법을 잊어먹는거다 기능은 살아있어도). 산소줄도
끼었단다. 점점 면역력이 떨어져 욕창이 자꾸만 생긴단다..
엄만 몸관리를 엄청 했었다. 몸관리만큼 정신관리도 좀 하지... 하는 원망이 생긴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고, 같은 시간의 식사..소식.. 아침저녁으로 스트레칭.. 같은 몸무게 유지하기..
그래서 자식들이 편하긴했었다. 남들 엄마는 당뇨, 혈압, 관절등등으로 병원에 실어나르기바빴지만
엄만 그런 지병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역시 아무런 병이 없다.
치매는 본인에게도 쳐다보고있는 주변인에게도 형벌이나 다름이 없다.
어떻게해야만 치매가 안걸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