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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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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혼란과 정체.


BY 날개. 2011-03-16

 



 

 

<  2011 년 3 월 11 일 23 시 50 분 경의 요코하마에서 토쿄로 이어지는 국도  1호선의 풍경 >

 

 

진도 5 强 의 지진이 내가 살고 있는 요코하마의 대지를 뒤흔든 3 월 11 일 오후 3 시경....

유선, 무선....그 어느 것도 입과 귀를 열어주지 않는 혼란 상태 속에서 불안을 끌어안고 집으로 향했다.

도로가 아무리 밀릴 때라도 회사에서 집까지 30 분 이상 걸리지 않는 귀로가....

무려 5 시간 이상을 루트 1호선 위에서 그냥...그냥 지쳐가면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진원지인 宮城県(미야기현)으로 부터 400 Km 정도 떨어진 곳이래서 그리 큰 피해는 없었지만....

43 층에 위치한 사무실 안에서 겪었던 그 심한 요동의 몇 분간은....

마치 한쪽 끈이 끊어진 공중 그네를 타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었다.

 

진도 4도 이상이 되면 엘레베이터가 자동적으로 운행정지가 되기에....

43 층에서 지상으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그런데 난 거기서 참으로 놀라운 현상을 목격했던 것이다.

빌딩 전체가 마치 여름날 땡볕에 녹아버린 엿가락처럼 흐느적거리는 그런 상황 속에서

각층 사무실마다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나왔지만....

그들은 그 누구의 지휘도 없는데도 너무나 질서정연하게 비상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충분히 패닉상태에 빠질만한 상황이었었는데도....그들은 각층 비상구를 통해 계단으로 나오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해 가면서 묵묵히 이동하고 있었다.

지하 1, 2, 3  층의 주차장에서도  주차해 있던 모든 차가 일제히

바깥으로 빠져 나가기 위해 출구를 향하는 중에도

그들은 침착....질서....양보....그 3 박자를 암묵의 법조령을 지키듯이 준수하고 있었다.

 

겨우 자동차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와 루트 1 호선을 탔지만....

모든 자동차의 행렬은 정지된 상태나 마찬가지였었다.

모두들 가족들의 안부에 초조할 것이구....장시간 차안에서 갇혀있었기에 생리적인 현상에도 시달렸을 텐데

그들은 조금도 흐트러지거나....서두르지 않았다.

일정한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교차로에서 끼어드는 차들에게 양보를 하며....

그 누구 한사람도 조급함에 클랙션을 울리면서 짜증을 부리는 일은 없었다.

 

23 년간 일본에서 살아 오면서 내가 피부로 느껴온 일본인들은

결코 여유스럽거나....느긋하거나....관대하거나....대범하지는 못한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들의 이 냉철하며 질서정연한 행동을 보면서....내 머리 속에 떠오른 어떤 정경 하나....

예전....그들은 전쟁에 反하는 국민들을 " 非國民 " 이라 하며 서로가 서로를 통제했다던 그 모습이.....

 

35 Km 남짓한.... 회사에서 집까지의 귀로를....

장장 5 시간 이상을 걸려서 귀가하던 중에 보았던 일본인에 대한 새로운 면모....

그들은....한사람 한사람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인간이지만....시련 앞에서는 " 일본인 " 들이었다.

 

지금도 여진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이나 이어지는 불안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고,

식료품과 생필품의 수요에 따르지 못하는 공급으로 인하여 절대적인 부족을 겪고 있지만

결코 절망하지 않는 이웃과 동료들이 있어서 이국에서의 불안한 나날들이

조금은 따듯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지금의 이 시련은 여기 땅에 살고있는 모든 사람들을 ....강하게 성숙시켜 주리라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