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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학예회


BY 햇살나무 2010-11-24

아이가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학예회를 한다고 했을때 엄마들의 열성이 대단했었다.

반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좀 더 특별한 무대를 만들고자 했고 우리반은 스포츠댄스팀이 결성됐다.

중구난방 춤연습엔 관심도 없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주일에 몇 번씩 반대표 집과 무용실을 오가며

아이들을 연습시켰다

처음의 우려와 달리 화려한 댄스복까지 갖춰입은 아이들은 몇 주간의 연습실력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럴듯하게 성공적인 공연(?)을 했고 우리반 스포츠댄스팀은 교장선생님까지 와서

보고 가실정도로 이슈가 됐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학예회 열기가 지나치게 과잉되는 것을 우려해 몇 년 뒤부터는 그냥 자체적으로

조용히 치르고 넘어가게 되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된 지금, 이제 그런 구경거리도 더이상 없겠다 싶었는데

그동안 학교 안에서만 하던 학예회를 이번엔 근처 고등학교 강당을 빌려 학부모를 초청한다고 했다.

한달 전부터 오디션을 봐서 40여개 팀중에 9팀을 추렸는데 그 중에 댄스팀은 남녀 각각 한팀씩만 뽑았다고 했다.

다른 엄마들은 울아들을 공부만 하는 범생이로 안다.

물론 초등학생땐 엄마말 잘듣고 100점자리 시험지 들고오는 범생이이긴 했다.

근데 중학생이 되면서 사춘기가 시작되더니 반항의 시기가 온 것이다.

적응 안되긴 저나 나나 마찬가지여서 마음이 참 힘들었다.

함께 다니는 친구들이 댄스팀을 만들어 오디션을 보자고 하는데 자기는 안한다고 그냥 왔다길래

한번 해보지 그러냐고 슬쩍 밀어줬더니 엄마의 반응이 의외였는지 그럼 해볼까...하더라는.

난 물론 공부도 중요하지만(지금도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그보다 한번뿐인 학창시절을

좀 재미나게 보내었으면 한다.

다양한 취미생활도 해보고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도 하고 즐거운 추억거리도 만들고.

그렇게 등떠밀린듯 시작한 댄스팀이 오디션을 통과하고 결국 무대에 오르게 됐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비스트의 신곡 두곡을 리믹스해서 한다는데 궁금하던 차에 초대장이 왔길래

오늘 다녀왔다.

과연 잘할까...무대에서 실수하지 않을까...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모든 순서가 다 끝나고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남자 댄스...

아이들의 환호와 함께 무대 조명과 불꽃이 터지고 환상적인 무대가 펼쳐졌다.

우하하하...난 울 아들이 그리 잘 할 줄 몰랐다.

집에서만 보던 숙맥같던 울 아들한테 그런 끼가 있었다니....

정말 완전 짱 멋있었다.

괜히 가만히 있는 아이 등떠밀어 춤바람(?) 나게 만드는 거 아닌가 살짝 걱정도 되지만

좋은 추억거리가 생겼을 거 같아 흐뭇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