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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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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잘...


BY 비단실 2010-11-26

엄마라서 그냥 엄마니까 새끼들 곁을 지키고 오랜 세월 살았습니다

 

하 많은 세월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둠의 밤 그리고 환한 낮

꽃이 피거나 신록의 잎이 무성하거나 빛바랜 낙엽이 무심으로 떨굴 때 찬바람이 매서운 날에도

언제나 엄마인 나는 습관처럼 이른 아침 일어나 저녁 해질녘까지 늘 그 자리에서

열심히 날개짓을 하며 새끼들의 둥지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허리가 휘도록 고단한 일상에서 먹이를 날라 둥지 안의 예쁜 내 자식 배 곯을까

염려와 걱정으로 부지런떨며 살아온 나의 삶

 

그런데 요즘 왜 이렇게 지치고 더 힘이 들까요?

 

이제 다 저버리고 나 홀로 날개를 펴고 멀리 아주 멀리 떠나고만 싶습니다

 

내 인생은 뭔가요?

 

처음부터 내 인생이란 게 있었을까요?

 

요즘 울화병이 심각하여 다리에 개미가 지나가는 것처럼 간질거리고

수시로 심장이 터질 듯 답답하여

 

사무실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여러 번 창가로 나가 찬 바람을 쐤습니다

 

참으로 서럽습니다

 

어제도 아들애는 취업의 3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고배의 쓴 잔을 마시고

괴로워 했습니다

 

1차 서류전형 2차 인정석 시험 3차 면접

때로 3차를 통과하여 최종까지 갔는데도 그만...

 

벌써 몇 번째인지 이제 헤아리지도 못하겠습니다

 

저는 이제 무엇을 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집에서 학교가 너무 멀어 공부에 지장이 있다 해서 기꺼이

 

학교 근처에 원룸을 얻어주고

 

대학 졸업 직전 취업이 되지 않아 아무래도 좀 더 졸업을 연장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다시 또 몇 과목 수강을 하였습니다

.

 

또 세월이 일 년 흘렀습니다

 

나는 묵묵히 열심히 일했습니다

 

내 옷은 싸구려를 고집해도 내 새끼 남루하게 보이기 싫어

할부로 몇 개월 감수하며 깔끔한 양복 차려 입혔습니다

 

반찬 냄새나는 도시락 핸드백에 덜렁거리고 다녀도

희망을 품고 힘이 나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는데

 

점점 재미가 없고 짜증이 납니다

 

요즘 매주 축의금에 허덕입니다

 

모두 아들 녀석의 친구와 얼굴도 모르는 아들의 친구 동생 누나까지...

 

막 소리 지르고 싶습니다

 

네가 벌어서 해~

 

이제 제발 제발 !!!

 

취업 준비한다기에 최소한 아르바이트는 줄여 과외 한 학생 가르치는데

 

취업에 실패할 때마다 술과 벗하여 새벽 귀가가 종종입니다

 

 

제 인생은 뭡니까?

 

자식은 상전입니다

 

왜 취업이 안되는지 묻지도 못합니다

 

버럭 화를 내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발전할까 두려움이 앞서니까...

 

게다가 이번 어렵게 3차까지 간 면접에서는

 

질문이

 

"아버지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냐고"

 

...

 

안봐도 뻔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울분이 많은 아들

 

어떤 답을 차분하게 기대하겠습니까?

 

눈물이 흐릅니다

 

누가 그랬나요?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고

 

다 거짓말~~~

 

 

강한척하는 어머니 마음에는

 

눈물로 길이 난 시내가 흐르고 있네요

 

다음 주 구름 위를 날아 멀리 날아갑니다

 

내 서글픈 인생에 잠시나마 위안을 주고져...

 

안녕히 잘 다녀 오겠습니다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은 이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