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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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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표 김치


BY 시냇물 2012-05-26

 

아침에 남편이 옥상에 올라가더니

조그만 텃밭에 심어 놓은 배추를 모조리 뽑아 갖고 내려왔다

 

어제 하루 물을 안 줬더니 온통 진딧물과 벌레가 기승을

부린다며 다 뽑은 것이다

워낙 배추된장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늘상 상에 오르는

국은 된장국이어야 하기에 얼갈이 배추를 봄에 씨뿌려

심은 것이다

나야 가꾸는 덴 재주가 없어 옥상 텃밭에 채소를 가꾸는 일은 농고 출신인 남편의 몫이다

상추든, 부추든, 고추든 뽑아다만 주면 반찬을 하는 게 내 몫이니까

 

우리 옥상에 지금 심겨져 있는 건 얼마 전 모종으로 심은 고추와 가지이다

오이 고추를 몇 포기 심었다는데 하얀 꽃이 피면서 한창 뜨거운 햇볕아래

열심히 자라고 있는 중이다

머잖아 실한 고추, 가지가 열리면 열심히 먹어야지

 

남편이 뽑아다 준 배추를 보니 얼갈이라 해도 어느 건 제법 실하게

속이 들어차 그냥 배추국을 끓여 먹기엔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배추를 심어도 맨날 국만 끓여 먹었지 김치를 담궈 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이번엔 국끓일 연한 것들은 남겨 두고

실한 것만 골라 김치를 담가 보기로 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사실 김치를 담그는 일은 준비작업부터 다듬고, 절이고, 씻고

하는 과정이 더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라 요즘은 김치를 담글 때

거의 절임배추를 사다 담그는 편이다

조금 비싸긴 해도 일단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

 

 

김치 담그는 날은 거의 하루종일 김치 담그는 일에

매달리게 되어 정말 날을 잡다시피 해야 된다

다행히 얼갈이는 절이는 데 시간이 그리 많이 들어가진

않으니 모처럼 시도해 본 것이다

 

아, 나는 배추 절이는 덴 정말 소질이 없는지

아직도 소금의 양을 맞추는 게 어려운 시험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어느 땐 짜거나, 또 소금이 덜 들어간 때는 배추가

금방 밭으로 갈 것처럼 뻣뻣하기도 하니 말이다

 

아직도 주부 9단은 멀기만 한 일이다

 

그래도 음식은 자고로 정성 아니던가?

먼저 찹쌀풀을 쑤어 놓고 양념에 들어갈 재료를 몽땅 믹서에

갈아서 액젓과 고추가루를 넣고 먹음직스럽게 만들어 놓은 다음

얼추 물이 빠진 배추를 몽땅 큰 다라이에 투하....

 

포기가 실하다 해도 막상 절여놓고 보니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애기처럼 자그마해서 큰 통으로 하나도 안 될 것 같았다

절여진 배추 잎파리를 조금 찟어 양념을 묻혀 먹어보니

맛은 그럴싸했다

 

앗싸, 이제 잘 익기만 하면 된다

 

내심 토속적인 시골김치 맛을 기대하며 자르지 않고 길게

버무리니 모양은 제법 괜찮게 보여 다 익기만을 기다리면 될 것 같다

 

텃밭이 조그마한데도 이렇듯 내 손으로 길러 먹는 채소로

김치까지 담그고 보니 일반적으로 사서 담근 배추보다

더 애정이 많이 간다

그래서인가 배추가 크기는 작아도 고소한 맛이 뒤끝으로 남았다

 

다 익으면 먹기에 아깝진 않을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