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다
온통 흐렸다 갰다 눈발이 흩날렸다 바람이 불었다
변화무쌍한 봄날씨다
마치 요 며칠 혼자 속끓이던 내 마음 같다고나 할까?
남편과 벌써 열흘이 가까워 오도록 편하게 말을 섞지 않고 있다
아니, 이런저런 말을 하기가 그냥 싫다
내가 그를 위해 할 일만 의무적으로 해주면 되니까 크게
불편할 일도 없다
그러니 내 눈치만 슬슬 보면서 자꾸 말을 걸려고 한다
그래도 말을 하기가 싫다
내가 이런 마음이 드는 걸 혼자 곰곰 들여다 보았다
이제 남편과 함께 지낸 게 어언 햇수로 7년 째 접어 들었다
시간이 가면서 그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싶다
딸램들이 다니러 와도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하는 걸 볼 때면
내 마음이 미어지는 듯 하다
게다가 상처주는 말이나 톡톡 해댈 땐 정말이지 한 대
콱 쥐어 박고 싶기까지 하다
어려서 아빠 일찍 잃은 아이들 좀 따뜻하게 품어주면 어디가
덧나기라도 하나
그래야 아이들도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을텐데
나한테 잘 해 주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한테 좀 너그럽게
관심을 기울여 주면 고마워서 그가 더 크게 보이련만...
큰소리 나는 게 싫어 되도록이면 그에게 맞추는 편인데
그는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내게 함부로 대할 때가 많다
그럴때면 꾹꾹 눌러 참으며 내 속을 다스리곤 하는데
아직도 울컥울컥 할 때가 많다
내가 부부생활에 대한 내공이 아직도 부족한 탓인가?
아니면 결혼생활에 대한 나만의 환상이었던가?
비바람 끝엔 반짝이는 햇살도 비추는 날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