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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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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BY 시냇물 2011-02-28

 

주말에 여동생과 남양주 남동생네 집에 와 계시는 친정 엄마를 뵈러

다녀왔다

남편한테 엄마 맛있는 거 사 드리라는 금일봉도 받아서

잠실에서 버스를 타니 새로 생긴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30분도 안 된 시간에 도착을 하였다

 

원주에 혼자 계시는 게 이젠 한계에 온 탓인지

자꾸 외로워 하시는 터에 가까이 살던 여동생네가

올해 고3이 된 딸래미 대학시험 때문에 다시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된 게 큰 쇼크로 다가온 듯 하였다

 

갑자기 식사를 통 못 하시는데다 음식을 드시면 자꾸

토하시기만 해서 어쩔 수 없이 남동생한테

잠시만 모시라는 얘기를 했다 하였다

 

함께 살지 않는 아들인지라 가 계셔도 마음이 편하시진

않겠지만 그래도 혼자 계시는 것보다는 저녁 때라도

가족들과 함께 하시면 좀 나아지실 듯 하여

가시기로 한 것이다

 

올케도 직장생활을 하고 조카까지 세 식구의 오붓한

살림인지라 엄마가 가셔도 편하게 머물지는

못하실거라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조카가 봄방학 기간이라 낮에는 집에 있어

엄마가 혼자 계시지는 않은 듯 하였다

올해 고2가 되는데 장래희망이 푸드스타일리스트라

음식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어 할머니께

된장찌개를 아주 맛있게 끓여 주었다며 엄마가

칭찬을 하신다

 

평소에 별로 말도 없는 조카아이가 할머니를 챙겼다니

기특해서 용돈을 주었다

자주 보지 못하는 하나뿐인 친정조카라 만날 때마다

애틋함이 생겨 잘 해 주고 싶다

 

엄마는 식사도 그럭저럭 하시는데 아무래도 당신이 계시는

집만은 못하신지 그날 다시 원주로 가신다고 하셨다

날씨도 화창하고 봄이 느껴지는 날이라

우리는 밖에 나가서 점심을 먹었다

샤브샤브집에 갔는데 야채와 고기를 데쳐 소스에 찍어 먹고

만두에 칼국수, 죽까지 먹고나니 보기엔 별 거 아닌 것 같더니

의외로 포만감이 들었다

 

엄마가 맛있게 드시는 걸 보니 걱정했던 마음이 좀 놓였다

그런데 남동생이 처음 오셨을 땐 음식을 넘기시지 못하고

자리 보전만 하고 누우실려고 해 성질이 났다고 하여

딸들과 다른 점이 느껴졌다

 

엄마도 그게 서운했는지 "쟤는 욱하는 성질이 있어!"

하는 말을 두 번이나 하시는 바람에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서로 간에 조금만 이해를 하면 될 것을...

 

엄마는 엄마대로 자식들한테 어리광(?)만 늘어나시는 것 같았다

가까이 살던 여동생도 자기 자식을 위해 선택을 한 길을

엄마 입장에서 생각해 마음 불편하게 하면 동생인들

마음이 좋겠는가 싶어서.

 

여동생네는 딸래미때문에 제부는 원주에서 혼자 가게를

꾸리고 여동생은 서울에서 다시 직장생활을 하게 생겼는데

그런 마음을 헤아려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생겼다

 

여동생은 엄마 원주에 모시고 가서 하룻밤을 지내고

온다 하여 남동생 차로 원주로 향했고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그래도 엄마가 혼자 계시는 게 아니라 제부가 드나들거니까

많이 외로워하지 마시고 자식들 입장을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우리는 예전부터 엄마가 자식들을 챙기는 게 아니라

자식이 부모를 더 챙기고 사는 것 같다

부모같은 언니에, 자식같은 엄마라고나 할까?

 

나는 우리 딸아이들에게 어떤 엄마로 비쳐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