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저녁때쯤 딸아이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 신서방두 오늘 집에 새벽이나 되야 올거구, 어머님도 안 계셔서
오늘 엄마네 집에 가려구!"
울집에서 몸조리 하구 간 지 이제 열흘남짓인데 저나 나나
힘들긴 매한가지.
저는 혼자 애보느라 힘들구,
나는 손녀 보구 싶은 마음 누르느라 힘들구,
잘됐다 싶어 얼른 오라구 전화를 끊었다
내심 손녀를 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배가 고파질때쯤 딩동 벨이 울리더니 딸아이가 손녀를 안고
계단을 올라왔다
사위는 약속땜에 올라와 보지도 못하구 데려다만 주고 갔다며.
딸품에 안겨 고이 잠들어 있는 손녀가 그새 더 큰 것 같다
얼른 받아 안아 잠시 눕혀 놓으니 잠이 깼다
딸아이 말이 왠 잠투정이 그리 심한지
저녁때 잠이 들려면 한참을 울다가 잠이 든다길래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곧잘 놀다가 칭얼대길래 내가 얼른 안았는데
손녀가 불에 덴 듯 자지러지게 울어댄다
안고 있는 내가 감당을 못할 지경으로 온몸이 다 빨개지면서
울다 갑자기 울음을 뚝 그치더니 얼굴이 하얘지면서
아이가 마치 얼이 빠진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안고 있는 나나, 지켜보는 딸아이나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고
방에 있던 남편을 불러댔다
나는 벌써 가슴이 두 방망이질 치고, 손발이 다 후들거릴만큼
놀래 어찌할 바를 몰랐다
놀란 남편이 거실로 나오더니 가만히 지켜보는데 그제서야
손녀 입가에 혈색이 돌아오며 입에서 뽀글뽀글 방울이 나오니
조금씩 숨을 쉬며 편안해 지는 것 같았다
나는 어찌나 놀랬는지 한동안 정신이 다 멍해지고, 외가에
왔다 무슨 일 나는 거 아닌가 하는 방정맞은 생각으로
가슴이 철렁해지며 그제서야 맥이 탁 빠졌다
아이를 키운 지가 워낙 오래됐고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거의 잊어버린지라 새삼스럽기만 하여
그 상황을 어찌 대처해야할 지 아무 생각도 나질 않은 것이다
아이를 살펴 보고자 옷을 벗기고 이리저리 몸을 보니
기저귀 발진때문에 빨갛게 살이 물러진 게 아무래도
많이 아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로 깨끗이 씻긴 후 기저귀도 빼놓고, 옷을 벗겨 시원하게
해주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팔다리를 신나게 버둥거리며
옹알이를 하여 내 가슴을 쓸어 내리게 만들었다
나 역시 두 딸아이 키우는 동안 힘들게 쩔쩔맸을텐데
그런 생각은 하나도 안 나고, 처음 겪는 일처럼 당황이 되었던 것이다
벌써 태어난 지 50일 된 손녀를 데리고 일욜에 사진을 찍는다더니
멜로 보내왔다
참 세월은 빠르기도 하지!!
날로 날로 똘망똘망해지며 나를 웃게 만드는
손녀의 존재가 새삼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