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제주에 갔을 때 이틀 연짱 5~6시간씩 올레길 걸었던 게 너무 무리였나?
서울 오기 전날부터 기침을 하기 시작하던 짝꿍이 서울 도착하여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받구 약을 지어왔건만 일주일이 다 되도록 가래가 끓는 기침은 낫지를 않고,
약만 먹으면 사람은 사람대로 널부러져서 소파에 누워 계속 잠만 자고 영 맥을 못 추어
혼자 노는 나를 심심하게 만들었다
그러더니 며칠 전 밤엔 열이 38도까지 올라서 적잖이 걱정이 되어 그냥 넘길 일은
아닌 것 같애 아침에 부랴부랴 큰 병원으로 향했다
원래 감기가 모든 병의 근원이라는 말도 있듯이 초기에 그냥 넘겨 버리면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는다'는 옛말처럼 괜히 병을 키울 수도 있을테니....
종합병원에서 전문의 진단을 받으니 폐렴이 심한 건 아닌데 증상을 보이고 있으니
연세도 있어 안정적으로 입원을 하는 게 좋다는 얘길 하여 바로 입원을 하였다
7,8년전 짝꿍이 혼자였을 때 어깨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보호자도 없이 입원을 하니
옆에 사람들 보기가 민망스러워 날짜도 다 못채우고 퇴원을 했다는 얘길 들은 게 생각이 났다
이젠 곁에 내가 있으니 아무 염려 말고 치료에만 전념하라며 안심을 시켰다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있는 짝꿍을 보노라니 밤에 병실에서 내가 잘 수도 없고(남자들만 있는 병실이라),
집에 와봐야 넓은 집에 휑하니 혼자 있는 것두 무서울 것 같아 어찌할 지 염려가 되었다
저녁 9시까지 병실에서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사람은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시가 난다는
옛말 하나도 틀린 게 아니었다
넓은 집은 그날따라 휑뎅그렁하게 더 넒게 느껴지고 여기저기 어두운 곳에선 갑자기 무엇이 튀어나올 것만
같애 들어오자마자 현관문부터 걸어 잠그고도 안심이 되질 않았다
우선 거실에 TV를 켜놓고 신경을 집중해 봤지만 사람의 기척이 없는 집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원래 겁이 많은 성격도 아닌데 나이를 먹으니 자꾸 겁이 느는 것만 같다
날이 어두워지면 밖에 나가는 것두 싫어지고, 어딜 나가도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들어오려는
생각부터 드는 걸 보면 나이를 먹으면 아이가 된다더니 내가 벌써 그렇게 되었다는 말인가?
이렇게 나이를 먹는 건 자신감을 잃어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지도 모르겠다
원래도 적극적인 성격은 아닌데 아마도 나이를 먹으면서 더 소심해지는가 보다
아이들과 지낼 때만 해도 나는 젊다고 자부할 수 있을때라 별로 두려움이 없었는데
둘 다 결혼을 시키고 나니 마음이 허전해져서 더 곁에 있는 짝꿍의 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거겠지
혼자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지금 내 곁에 짝꿍이 있다는 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젊을 때야 얼마든지 혼자 지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나이가 들고보니
서로의 빈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짝꿍에게 서로가 고마움을 느끼고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 열심히 짝꿍의 건강을 챙겨주게 된다
오늘 퇴원을 하여 집에 돌아오니 비로소 사람사는 것 같은 꽉 찬 느낌의 집이 안심이 된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라 몸이 건강해지면 짝꿍은 또 걷기를 하자고 할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