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저녁에 원주에 사는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늦은 시간이라 혹시 친정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하는 마음으로 얼른 전화를 받았다
올해 77세 되신 친정 엄마가 혼자 지내시는 까닭에 늘 마음은 염려가 되고
식사는 잘 하시는지 그렇잖아도 전화 해본다면서 그냥 지나간 하루였기에 더욱이나...
다행히 안부 전화였는데 역시 엄마 얘기를 한다
작년에 여동생네와 친정 엄마가 큰언니가 살고 있는 원주로 내려가게 되었다
원래 여동생이 직장생활하며 엄마와 함께 살았는데 재개발이 되면서 입주권을 얻어
엄마는 엄마대로, 동생네는 동생네대로 임대 아파트를 신청하여 새로 입주를 한 것이다
여동생은 그동안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새로 세탁전문점을 열게 되어
서울생활을 청산한 것이다
사실 부모님 모시고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닐진데 그래도 5남매중 가장 성격이 느긋하고
착한 여동생네와 함께 사셨던 것이다
아니, 여동생이 직장생활을 하는 까닭에 늦둥이 딸아이는 거의 엄마가 키워주시느라
그때는 함께 사는 게 서로에게 필요하기도 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살아보믄 때로 피곤할 때도 있는지라 가까이 살면서 자주 보는 게 더 낫겠다 싶어
원주에 오면서는 따로 따로 집을 얻기로 결정을 한 것이었다
엄마는 새 아파트에 입주하시면서 살림까지 거의 새로 장만을 하여 농담삼아 내가
"엄마, 이제 영감님만 있으믄 되겠네!"
했다가 "쓸데없는 소리 말어!"하며 야단(?)만 맞았다
아버지와의 결혼생활이 그리 순탄하지 않았던 탓에 엄마는 그때서야 비로소
자신만의 생활로 독립(?)을 하신 것이다
또 얼마든지 혼자 사실 수 있다는 강력한 주장이 있으셨기에 엄마 소원들어드린다고
그리 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혼자 산다는 건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나이를 먹어서는 더욱 더
원래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시가 나는 법이니까.
일년 동안은 엄마가 식사를 챙기고 사셨지만 이제는 그도 한계에 부딪친 모양이다
입맛도 없다 하시고, 기운도 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하실 때면 걱정이 된다길래
자주 가보지 못하는 나 역시 울컥하면서 갑자기 눈물이 숫구쳤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기에 더 서러운 일이다
또 한 입 먹자구 끼니 때마다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에 자칫 영양이 결핍이 되게 드실 수도
있으리라 생각하니 자꾸 목이 메인다
지난 번 우리집에 며칠 계실 때 내가 해드린 반찬을 너무나 맛있게 드시면서
"니가 언제 이렇게 반찬 솜씨가 늘었냐?"하며 칭찬을 해주시길래
끼니때마다 맛있는 걸루 신경써서 해드렸는데....
큰언니는 큰언니대로 친정엄마와 여동생네까지 불러 왔으니 그 책임감 또한 커서
노심초사하느라 멀리 떨어져 있는 내가 미안할 지경이다
결혼하기 전부터, 아니 결혼해서도 지금까지 부모님 용돈 한 번 거른 적 없고
동생들 일이라면 어떤 일도 거절하지 않고 되도록 힘써 주었기에
동생들에게는 부모보다 더 부모같은 언니이다
그런 언니에게 늘 폐만 끼치는 못난 동생들이 너무 염치가 없는데 가게 운영자금때문에
또 언니에게 돈을 빌렸다는 얘기를 들으니 열이 뻗쳐
"이제는 제발 언니가 신경 안 쓰고 살게 해주라 너희는 가게 운영을 위해서 얼마나
최선을 다했냐!"
뼈아픈 소리를 했더니 못내 서운했는지 눈물을 보이며 전화를 끊고 말았다
자기도 안 그러고 싶다는 말이 귀에 여운처럼 남아 있어 내 마음 역시 편칠 않는다
내가 동생에게 이렇게 화를 낸 건 제부때문이다
결혼해서 이날 이때까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이지 못하기에 동생만 고생을 하는 게
안타깝고, 속이 상해서 퍼부은 것인데 내 마음을 알겠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는지
내 전화도 안 받고, 문자에 답도 없으니 얼마나 서운했으면 그럴까 싶어
며칠 째 나도 영 마음이 편칠 않다
어떻게 해야 동생과 다시 화해를 할 수 있을지...
워낙 속이 깊어 나보다 언니같은 동생을 내가 속이 상하게 했으니....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