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뿌연 하늘은 여지없이 황사를 동반하는가 보다
봄은 계절 중에 젤로 좋아하는데 불청객 황사가 찾아오니 여~~엉
며칠 전부터 입속에서 자꾸 떡맛이 맴돌아 생전하고도 처음으로 떡이란 걸
쪄보기루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대나무 찜기가 있던데 뭐 나는 그런 멋들어진 기구는 없으니
재래식으로다 채반 놓구 해보기루 하였다
아참, 이런 실습이 가능했던건 언젠가 사다 넣어 두었던 쌀가루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 요리 선생님은 주로 인터넷을 활용하기에 '백설기'를 치니 만드는 법이 쫘르르
그야말로 입맛대로 고르기에 충분하였다
있는 재료만 넣으려다 보니 콩자반하려구 사다 놓은 서리태 검정콩이 있길래 물에 조금
불렸다가 쌀가루에 소금물로 간을 맞추고, 흰설탕대신 꿀을 넣구 손으로 비벼
체에 치니 동글동글 알맹이가 자꾸만 남는다
몇 번을 거듭하여 자잘한 알맹이까지 다 체에 쳐서 버리는 것 없이 알뜰하게
재료 준비가 되었다
일단 작은 냄비에 물을 붓고, 채반을 얹어 한 김 올린 후 면보를 깔고 콩을 섞은
쌀가루를 부은 다음 칼로 깊이 자국을 내어 뚜껑을 닫고 맛있게 익기를 기다렸다
인터넷에서는 20분 찌고, 5분간 뜸을 들이라는데 짐작으로 다 됐다 싶을 때 젓가락으로 찔러보니 쌀가루가 묻어나진 않기에 불을 끄고 조금 뜸을 들이다 기대를 하면서
짜~~잔 뚜껑을 열었다
양이 적어서인지 구수한 냄새는 많이 안 났지만
김이 나는 떡 한 조각을 포크에 찍어 맛을 보니 처음 해보는 떡치고는 그런대로
먹을만 해서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먹을만 하다는 건 순전히 나 혼자의 생각이긴 하지만....)
이럴 때 쑥이 있었음 말그래도 쑥버무리가 되는건데 아, 아쉽다
많이 달면 아무래도 체중 증가에 한 몫하려니 싶어 덜 달게 한 게 먹기엔 딱이다
요즘은 사다 먹는 건 도무지 믿을 수가 없으니 솜씨는 별로 없어도 내 손으로
해야 안심하고 먹을 수 있기에 이것저것 자꾸 시도를 해보게 된다
그러다보면 나도 요리에 관심과 애정이 많이 가겠지
(원래 먹는 일에는 관심이 많지 않아 무엇이든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그냥 끼니를 때운다는 의미가 큰 탓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