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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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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 이야기


BY 만석 2015-11-23

딸들 이야기

 

어렵고 힘들게 대학엘 들어간 딸아이가 결혼을 하겠 댄다. 아직 졸업도 멀었는데 말이지.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을 해도 충분하다고 애원을 했으나, ‘쇠귀에 경 읽기였다.

아직은 신랑이 아니라 엄마가 필요한 나이다.”라고 울부짖었으나, 요새 그 정치인의 말대로, ‘자식을 이기는 어미일 수가 없었다. 이렇게 결혼을 한 큰딸이가 벌써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여대생 둘을 둔 어미가 되었다. 아이들의 대학 뒷바라지를 하며, 그녀도 못 다한 대학 공부를 마쳤다.

 

두 번째 미국여행으로 그 딸아이의 집에 갔을 때.

엄마. 엄마랑 아빠가 같이 잠을 자는 사이라는 , 결혼을 하기 전에는 꿈에도 생각을 못 했어요. 호호.”

그런 철없는 나이에 너를 시집을 보내고 엄마는 어떻게 살았겠다는 생각은 해 봤니?”

말을 하는 딸아이보다 듣는 내가 오히려 부끄러워서, 낯을 붉히며 딸아이의 얼굴을 피할 만큼의 무탈(無頉)한 시간이 흘렀음을 인지했다.


뭐가 그리 바빠서 서둘러 시집을 가고 시집살이를 했누.”

시댁이 고약해서가 아니라 아무리 만문한 시집이거니 제 집만 했겠는가. 그 어린 나이에.

그러게요. 작은 호랑이 피하려다 큰 호랑이를 만났지요.”

남들은 네가 애를 가져서 서둘러 결혼을 한 걸로 알더구나. 하던 공부를 접고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니 안 그랬겠니?”

그리 말하는 사람마다 붙들고 설명을 할 수도 없었던 어미의 타는 속은 아랑곳없이 해해거리며 웃었다.

 

난 엄마가 너무 무서웠어요. 엄마만 피하면 아주 자유로울 것 같았어요. 엄마에게서 해방되는 길이 결혼하는 일이라 생각할 그 찰나에 애비를 만났고, 애비가 미국으로 간다는 말에 결혼해서 나도 동경하던 미국으로 가고도 싶었구요.”

그 기회 놓치면 크게 후회하지 싶어서 앞뒤도 둘러볼 여유가 없었어요.”

엄마 생각은 한참 후에야 했어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랑 아범이랑 다툴 때요.”

엄만 널 결혼 시키고 하루에 10년씩은 늙었지 싶다.”

 

서로의 흉금(胸襟)을 털어놓을 사이도 없이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살았다. 두 딸을 낳고 자리를 잡은 뒤, 내 환갑을 계기로 불러주어서 나란히 누웠다. 딸은 그 사이에 못 다한 대학공부를 마치고 손녀들이 대학생이 되어 버지니아로 후로리다로 유학을 떠나자다시 대학원에 입학을 해서 무료한 시간을 대신하고 있던 참이었다. 다른 엄마랑은 좀 유별난 엄마의 교육열을 깡그리 묵살한 것이 가장 죄스러워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가방 들고 등교하는 걸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었단다. 아닌게 아니라 책을 챙겨 가방을 메고 차를 손수 운전하며 등교하는 딸을 배웅하는 일이, 미국에 있는 두 달 동안의 가장 즐거운 일과였다.

 

지난 해 다시 미국을 찾았을 때는 좋은 직장을 얻고 미국의 상류사회에 진출해서, 손주들을 고급인재로 키우겠다며 고급영어를 배우고 있었다. 그녀의 배움에 대한 도전은 아마 이 어미의 유전자를 내려받은 덕일 것이라고 했다. 듣기에 가히 언짢지 않았다.

돈은 쓸 만큼만 있으면 되요. 아니, 손에 쥔 거 없어도, 쓸 만큼 나올 구멍만 있으면 되요.”

미국 와서 그거 배웠어요. 미국사람들 모두 그렇게 살더라구요. 보험들고 연금타고. 사소한 건 그때그때 벌어서 쓰고요. 현찰을 많이 가진 갑부는 소수예요.”

그녀는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고 그러나 여유롭게 살고 있었다.

 

큰딸 아이 이야기를 했으니 내친김에 막내 딸아이 이야기도 좀 하자. 내 인생의 가장 큰 성공은 아들도 둘을 두었으나 딸도 둘을 두었다는 사실이다. 두 아들들이 들으면 반기(反旗)를 들 일이라 생각했으나, 그들도 쌍수를 들어 동의를 했다.

엄마. 엄마는 막내딸 안 두셨으면 큰일 날 뻔 하셨어요.”

그러게요. 걔는 언제나 우리보다 한 발 먼저 엄마아빨 생각해요.”

 

칭찬인가 꾸중인가 싶어서 조용히 딸을 앉히고 말했다.

있잖니. 엄마아빠 일에 너무 나대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해 드리자.’하지 말어라. 오빠나 언니 눈 밖에 날라. 아직은 우리 내외 살만해. 그냥 언니 오빠가 하자는대로 따르기만 해라.”

엄마. 내가 바보유? 그렇게 무댓보로 들이대는 줄 알우? 이야기 할 만 할 분위기에서, 그리고 동의할 만할 때 말하는 거지. 그리고 엄마네 생활비 얘기는 언니가 먼저 제안 했어요.”

허허. 언니는 동생에게, 동생은 언니에게 공을 돌리니 듣기에도 이 아니 좋은가.

 

이렇게 영악한 딸도 에미를 애먹이는 일을 했다. 37살이 되도록 시집을 가지 않으니 걱정이 아니었겠는가. 내가 보기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 딸년이 배우자 하나를 만들지 못하니 어째.

만들어 흉을 하자면 너무 강한 자아(自我)가 흠이겠다. 상대방을 배려할라 치면 배알(?)까지도 뽑아 줄 위인이 이건 아니다.’싶을 때에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니라 한다. 뭐 하나 달고 나오지 못한 것을 아까워하며, ‘결혼도 제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맡겨놨더니 38살에야 멀쩡한 녀석 하나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런데헌걱~~~~~~~~~~~~~~!걱 걱 걱!

 

 7살이나 연하란다. 멀쩡한 사내녀석이 7살이나 더 먹은 신부를 택해?

에이. 그건 아니지.”영감의 입에서 튀어나온 일성(一聲). 큰아들도 며느님도 그건 아니란다.

우하하하. 우리 집에도 이런 일이 생기네.”이건 네 살이나 아래인 매형을 맞게 된 막내아들의 괴성(怪聲)이었다. 그런데 나란히 앉히고 보니 썩 잘 어울린다. 나를 닮아 조그맣고 예리예리한 몸집의 막내딸. 아직은 스물 댓 살 이라고 버티며 살던 동안의 그녀가, 듬직한 체구에 나이보다는 좀 들어보이는 사위감과 조합이 잘 되더라는 말씀이야.

 

얘야. 혹시 뭐, 하자 있는 녀석은 아니지? 그런 좋은 학교 나오고 그런 좋은 직장에 있는데 왜 자그만치 일곱 살이나 연상인.”하는 건 내 걱정이고,

혹시. ‘돌싱녀는 아니제?!”이건 안사돈 될 양반의 조심스러운 걱정이더란다.

상견례 자리에서 내가 물었다.

나이 차이가 많은데 언짢지 않으셨습니까?”

나이가 많으면 어린 사람들보다 철이 들어도 더 들었겠지요.” 안사돈의 답이었다.

 

와우~ 능력 있네.”

나이 든 신부감이 어린 신랑을 맞으면 그게 능력(能力)’이란다. 별 일이다. 암튼 이렇게 시작한 결혼 준비는 내 상상을 뛰어넘었다. 벌어놓은 것도 없다는 걸 내가 아는데, 아무 것도 걱정을 말라구?! ‘뭘로 꾸려 가려구. 꿍쳐놓은 거 있는 거야?’, ‘아마 곧 손을 내밀 걸?!’ 그건 나만의 걱정이었다. 할 수 있는 대로만 한다 했다. 소위 요새 유행한다는 작은 웨딩이라 했다. 혼수는 살면서 둘이 손잡고 다니며 꼭 필요한 것만 차차 장만한다고 했다.

 

신랑이 무녀독남(無女獨男)이라는 이유를 들어 시댁의 어른들을 아주 정중하게 챙기면서 나도 따라나서자 했다. 우리쪽 것은 걱정도 말라하니 서로 갹출해서 통장을 하나로 만들어서 쓰는 거니까 우리 아빠엄마도 챙겨야 한다네. 시댁부모를 챙기는데 왜 친정부모를 챙기지 않느냐며 그런 법은 없다 했다. 허식은 절대로 싫다 했다. 청첩장에, ‘화환은 정중히 사양합니다^^’라고 아예 인쇄를 했다. 쓸데없는 곳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철칙은 두 아이에게 통하는 센스였다.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자 딸아이가 내 앞에 정중히 앉았다. ‘옳거니. 올 게 왔구나. 그러면 그렇지.’

 

예식비는 축하금으로 계산이 되나요? 우리는 큰일이 많았더래서 손님이 적어서 어렵겠죠?“

손님이 적으면 식비도 적을 텐데, .”​ 이건 내 대답이었다.

예식비야 우리가 해결할 테니 걱정 마라.” ​이건 영감의 말이었다.

그래요. 엄마. 그것만 해결 해주시면 이제 만사 오~케이예요.”

결혼도 유행을 타나 보다. 큰아들과 큰딸은 사사건건 내 손을 빌리더니, 막내아들과 막내딸은 이리도 수월하네. 그저 좋다고만 해도 되는 일인가?!

 

아니나 달라? 결혼식은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수월하다 했더니 기여히 또 내 속을 썩인다. 외며느리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 하니 이를 어째. 볼 때마다 닦달을 하고 사정도 했으나 어~. 참 별일도 다 있다. 사돈도 한 통속이라는 말씀이야. 이제 결혼 3년차를 앞에 두고 있어도 요지부동이다. 그런데 그녀 주위의 절친들이 하나같이 그 모양이다. 자식을 낳으면 그 자식에게 자기인생을 올인해야 한단다. 맞는 말이지. 그러나 내 인생보다 자식의 인생이 더 우선한다는 건 마땅치 않다 한다. ~. 나도 모르겠다. 나도 내 막내 딸아이의 인생을 좌지우지(左之右之) 할 여유가 없다. 그녀 나이 사십이다. 이젠 저 알아서 할 수밖에.

 

보림아~!

그란디 고모네 사는 게 참 좋아보이긴 한다. 둘이 죽이 맞아서 여행도 다니고 주말마다 공연도 다니고. 할미 살 때하고는 별천지여~. 자식땜시 속 끓이는 것도 없구.

고모가 조카나 이뻐하며 살란다 한다. 그래서 니는 좋은 겨?

할매는 속이 탄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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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런 재미도 있는 것인디...                      조카들만 이뻐 한다구?

               자기들끼리만 재밌으면 족하단다 ㅜㅜ.                자식 이쁜 거랑 조카들 이쁜 게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