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자(富者)다
내 글을 읽지 않고 제목만 본다면 식상할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거짓이 아니고 진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가진 게 없는 부자라는 사실이다. 가진 게 없어도 풍요롭다 하면 내가 좀 이상한 여자인가. 아무튼 가진 건 없어도 부족한 게 없다는 말로 이해가 되려나? 그러니까 욕심이 없다는 의미겠지. 지금 이 상황이 만족하다면…. 어라?! 글을 쓰다 보니 이건 모자라는 여자라는 소리로고. 아니지. 그건 아니지. 내가 모자라는 여자라면 내 아이들도 모자라다는 소리야? 그건 절대로 아니니 이실직고(以實直告)를 해야겠다.
ㅎㅎㅎ. 돋보기를 쓰고 바느질을 하는 칠순의 어미가, 아이들이 보기에 딱했던 모양이다. 왜 아니 그렇겠어. 이번 달부터 생활비를 보태겠단다. 아이들 사 남매가 채팅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지 오래 됐다. 정보의 공유라는 것이 주로 늙은 우리 부부에 대한 것이렸다?! 그래서 지난 어버이날에도 네 녀석들이 갹출을 해서, 제법 두툼한 봉투를 내밀지 않았던가. 봉투를 받는 것도 기분이 좋은 일이지만, 서로 이마를 마주대고 의논을 했을 모양새를 그리니 웃음이 절로 인다. 큰아들을 내세워 ‘큰사람’대우를 했다는 대목도 흐뭇하다.
“너희들도 아직 어려울 텐데….”했더니 큰아들 왈,
“엄마 아빠도 우리들 어렵게 키우셨잖아요.”하며 웃는다. 옳거니. 옳은 소리다. 사 남매 기르기가 쉽지는 않았지. 그런데 그보다 웃는 아들의 눈가에 접히는 주름에 가슴이 더 아프니 이를 어째.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이 벌써 사십을 훨씬 넘겼구먼.
“어쩌냐. 그만 두라는 소리는 못하겠다.”
웃으며 말은 그리 하지만 마음이 아프다. 제 아버지 사무실 문 닫자 사 남매가 의가투합을 했다 하니 고마운 일이 아닌가.
“이달과 다음 달 생활비는 요번 여행경비로 쓰시라고 한꺼번에 드리기로 했어요. 많지는 않지만 미국에서 쓰시는 경비는 누나가 쓰기로 했어요. 누나한테는 미안하지만…. ”
기어코 우리 부부의 미국여행을 강행할 모양이다. 직장 문제로 학교 문제로, 강화도의 내 칠순잔치에 입국하지 못한 큰딸이 마음먹고 주선한 모양이다. 큰딸아이가 스카이프로,
“애들이 많이 도와줘서 쉽게 일이 해결됐어요. 그만두라 해도 비행기 표를 지네가 산다네요.”하더니, 한국에 있는 삼 남매가 비행기표를 마련한 모양이다. 에미는 비행기 표보다도, 서로가 의기투합을 했다는 것에 눈물이 나도록 좋다.
그렇다고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우리 부부가 움직이면 내 무식한 주먹구구로 어림잡아도, 적어도 천만 원 이상의 경비가 든다. 큰아들은 아직 집을 마련하지도 못 했다. 큰딸 네는 아직 대학생이 둘이다. 아무리 사위가 고급인력이라고는 하나. 미국에서 공부를 시킨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지난해에 늦은 결혼을 한 둘째 딸도 사위가 아직 공부 중이라 맞벌이가 고달플 터인데. 막내아들이 부사장으로 승진을 해서 좋다고는 했으나, 일이 어찌나 바쁜지 한국의 출장 중에도 집에 못 들리고 출국을 하는 날이 많다. 이 와중에 늙은 부모는 해외여행이나 해? 이건 아니라고 종주목을 댔으나 그들에게도 할 말은 있단다.
“엄마. 아빠랑 나란히 해외여행을 몇 번이나 하시겠어요. 엄마도 아빠도 건강장담 못 해요.”
“큰아가(우리는 외손녀딸아이를 이렇게 부른다) 졸업식에, 우리가 시간 내서 갈 수가 없잖아요. 대표로 아빠 엄마가 다녀오셔야지요. 졸업식에 외갓집에서 누가 가겠어요. 아빠 엄마까지 안 가시면 언니가 서운하지요.”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제 각기 그 자리에서 한 가닥 하는 것들이니 우리가 시간을 내는 게 쉽기야 하지. 지난 번 미국 여행에서도 우리는 다시 오지 못할 것이라 했지 않은가. 이젠 정말 마지막 미국여행이 될 수도 있겠으니, 가자. 가. 아이들 마음이 고맙지 않은가.
저녁나절에 큰딸아이한테서 전화가 온다. 세상 참 좋네. 그 먼 나라에서도 공짜 통화라니.
“엄마. 오늘 프로리다행 비행기 예매하고 아주 근사한 호텔도 잡았어요.”
방방 뛰는 목소리지만 나는 걱정스럽다.
“얘야. 엄마가 이젠 힘들게 다니지 못해. 여려군데 예매했다가 캔슬 시키게 되면 어째. 졸업식에나 가게 아무 데도 예약하지 말어.”
“그래도 ‘나이가 가라’는 가야지요. 지난번에도 못 가셨는데. 요번에는 꼭 모실게요.”
이래서 나는 ‘부자’라는 게다. 마음이 부자라는 말이지.
보림아~.
할매 자랑이 너무 지나친 겨?
그래두 마구마구 자랑하고 싶은디?
이 흐드러진 능수화가 핀 창이 있는 그 방에, 만석이의 행복도 있습니다.
시방은 능수화가 더 많이 피어 볼만 합니다요.
런닝, 꺼꾸리 자전거 족욕기 다리찢기(이름을 몰라요)하는 거. 덜덜이 저주파안마기 역기....등 운동기구가 있는 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