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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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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손님도 다 있어요


BY 만석 2015-02-11

별난 손님도 다 있어요

 

참 묘한 손님이다. 내가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자꾸만 티집을 잡는다. 물론 우리 가게에 처음 오는 손님이라 내가 그녀의 적성을 잘 파악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겠다. 60을 바라보는 나이니 좀 보기 싫지 않을 정도로 여유롭게 입는 게 옳지 않은가 말이지. 그런데 거짓말을 좀 보태자면, 옷에 몸을 들여 밀어 꿰맨 듯, 그렇게 입겠다 한다.

 

손님의 입장에서야 아무러면 어떠리.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해 주면 되지 싶겠지. 여사님(그녀는 나를 그렇게 부르더라구.)이 입을 것도 아니니 제 맘에 맞게만 해 주면 되는 것을. 스커트가 무릎 위면 어떻고, 너무 타이트해서 팬티라인까지 나타난 들 어떻겠냐는 말이겠지. 줄곧 그렇게 입어왔으면 그렇게 입고 싶기도 하겠지.

 

그러나 나는 도통 용서가 되지 않는다. 환갑이 코앞인 여인네가 좀 점잖게 입어야 하지 않겠느냐구. 차라리 사위 자랑을 말던지 대학생 손주 얘기나 말던지. 아니면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만큼 빼어난 각선미가 돋보이던지. 나란 사람이나 저나 짧은 콤파스에 도라무통 같은 허리하고는. 이마의 주름은 또 어쩌구 ㅉㅉㅉ.

 

스커트 길이를 차마 껑충 올리지 못하고 쪼끔, 또 조금 그리고 또. 그러고보니 스커트 하나는 세 번이나 손질을 했고, 상의는 두 번을 손질해서 마무리를 한다. 미운 사람은 미운 지껄이만 한다. 옷을 포장해 놓으니 공임을 깍자 한다. 여러 번 오게 했다나? ~~. 이 여자 속심이 보이는구먼. 그거였어? 그거였냐구!

 

다른 손님들보다 제가 더 힘들었는데 더 주셔야 하는 거 아녜요?”

또 올께요.”

아뇨. 안 오시기 바래요.”

나도 참 못 됐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 안 해도 될 말을 했으니 말이지.

 

기어코 돈 만 원을 덜 채우고 도망하 듯 문을 나선다. ! 치사하게 돈 만원을. 한심한 인생이구나 생각을 하며, ‘에라~. 잘 먹고 잘 살아라~!’ 속으로 되뇐다. ~. 투피스 두 벌로 한 주일 씨름을 했으니 나도 진이 난다. 오늘은 그만 쉬고 싶다. 일찌감치 문을 닫아야겠다. 허긴. 나도 그녀와의 싱갱이가 끝났다는 안도감에 시원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사흘이나 지났을까? 그녀가 들어선다. 굳어진 얼굴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본다.

아이고. 화 나셨구나. 이거 잡수세요.”

그녀가 내 놓은 건 붕어빵 봉지다.

왜요?”라며, 붕어빵을 내 놓는 이유를 그렇게 묻는다.

 

호호호 죄송한데요. 우리 아빠가 이거 너무 짧다고, 못 입게 해요.”

.”

저기이~. 돈 만 원 드릴 터이니 길이 좀 내 주시면 안 될까요? 여사님?!”

달려들어 면상을 핡고 싶은 표정으로 쏘아만 본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요. 정도껏 하셔야지.”

일을 그렇게 여러 번 힘들게 시키고는 지금 뭐하자는 거예욧!”

그저 죽을 죄를 졌다는 시늉을 하니 더는 닦아 세울 수도 없다.

 

다음 날.

여기 만 원.”

그냥 가져가세요.”

정말요?”

반색을 하며 내 밀던 지폐를 쥐고 줄행랑을 친다.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

 

 별난 손님도 다 있어요           별난 손님도 다 있어요

만석이네 작업장과 홀이예요.

궁금해 하시는 님들이 있어서... 홀은 여름에 찍어놓은 거예요. 

만석이는 여기를 <별궁>이라고 부르지요. 우리 집 중정마마의 거처라는 의미라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