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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많은 나무의 애환


BY 만석 2014-03-10

 

가지 많은 나무의 애환

 

터키 잘 도착했어요^^”

막내아들이 문자를 보냈다. 이런이런. 할 말이 그 뿐이람?! 눈이 빠지게 안부를 기다리던 어미는 혀를 찬다. 그래도 먼길 떠난 녀석에게 싫은 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

잘 지내니? 숙소는?”

잘 지내요. 숙소는 이스탄불.”

그곳 사정이 어떻다는 소리도 좀 얹으면 좋으련만. 처음 여행도 아니니 걱정을 접자 하지만 그게 되나. 

 

유럽으로 한 달의 배낭여행을 떠난 녀석은 평소와 다름없이 말을 아낀다. 아는 건 그것뿐이다.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묻고 싶은 걸 다음 날까지 참고 그 다음 날,

아직이야?”물으니 곧 답이 온다.

어제 로마에 왔어요.”

도깨비 같은 녀석. 먼저 알리면 안 되나? 엄마 맘 타는 것도 모르고.  

   

이동할 때마다 어디로 간다고나 한 마디 알리고 떠나라. 아들 잃어버릴라 ㅋㅋㅋ.”

타는 가슴을 숨기고 웃음을 보낸다. 문자가 왔다. 말은 잘 듣는 녀석이지.

오늘 베네치아로 갈 거예요.”

짧은 문자에 이태리로 향하는 걸 알 수 있다. 유서 깊은 곳. 들어 익히 익숙한 곳이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해라. 자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처럼 기회가 좋으니 충분히 활용해라.”

 

.”

이 표현은 내 말이 제 기분을 아주 흡족하게 한다는 뜻이다. 데 힘찬 대답을 보내고는 또 함흥차사다.

옴마 잘난 아들 어딨노? 엄마 눈 빠지겠다. 응답하라 오~!”

(참고로, 막내라서인지 어려서부터 녀석은 나를 옴마라고 발음한다.)

문자를 보냈으나 역시 대답이 없다. 무슨 일이야. 먼저 안부를 보내는 일은 없었어도 엄마의 문자에 이렇게 오랫동안 답이 없지는 않았는데.

 

사람을 찾습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키는 185에 체중은 78. 아주 잘 생기고 훤출한 내 아들을 보신 분은 빠른 연락을 주세요.”

물론 웃자는 문자다. ~. 그래도 대답이 없다. 어쩐다? 어디로 알아보나? 아차차. 여권 번호라도 비행기 티켓이라도 복사해 놓을 것을. 아이들 어렸을 땐 해외나들이에 만전을 기하더니 이젠 그도 시들했나? 도가 튼 거야? 어쩌자고 항공사도 알아놓지 못했담. 

 



"옴마 잘 생긴 아들 어딨노?" 

"취리히요. 낼 프랑스로 넘어가요." 

"그 다음엔 바로셀로나요.

", 아직 스위스에 있구나. 녀석아. 사진이라도 좀 보내라. 옴마도 좋은 구경 좀 하자" 

몇 장의 사진이 왔다.  이스탄불, 콜로세움, 밀라노, 떼제비. 더는 설명도 없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던 보잉 777-22 항공기가 베트남 상공에서 실종되는 사고가. 236명을 태운 항공기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서.”

허걱~! 우째 이런 일이.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특보에 손을 멈추고 얼음이 된다. 아무 것도 그 이상은 알 수가 없단다. 베이징으로 가는 항공기? 아들은 그쪽이 아닌데. 유럽투언데. 그래도 알아야 한다. 혹 일정이 바뀌어 돌아오는 길일 수도 있지? 생각은 자꾸만 꼬리를 물고 소설을 쓴다. TV만 들여다보고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막내 딸아이에게 전화를 건다.

 

항공기 사고가 났다는데 푸에르토리코에서 베이징으로 가던 비행기란다.”

아마 주말이었나 보다. 늦잠을 자다가 전화를 받는 것 같다. 처음에는 걔가 왜 베이징엘 가겠느냐고 하더니 인터넷을 뒤지는 것 같다. 잠깐 뒤,

엄마. 푸에르토리코가 아니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네. 걔는 유럽으로 갔는데.”

아이구 엄마. 난 푸에르토리코라고 해서 잠깐 놀랐네요. 혹시 환승이나 했나 했네요.”

쿠알라룸푸르가 왜 푸에토리코로 변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많이 놀라기는 했나보다.

 

그래도 열어놓을 수 있는 건 모두 열어놓는다. TV 라디오 스카이프 카톡 라인 컴퓨터. 녀석의 목소리를 들어야 안심이다. 왔다. 컴으로 연락이 왔다.

옴마. 폰을 잃어버려서 연락을 못 드렸어요. 앞으로도 자주연락 못해요.”

컴이 있는 곳이 보이면 잠시 안부 전할 테니 걱정 접고 신경 끄세요. 저도 그게 편해요.”

스마트폰이나 타블렛피시가 있어서 컴 있는 곳이 드물어요. 암튼 뵈는 대로 연락할게요.”

 

불편해서 어쩌니. 폰 하나 사지.”

폰이 너무 비싸요. 걍 지낼만 해요. 귀국하면 회사에서 공짜로 나오는걸요.”

다른 건 안 잃어버렸어? 여권이랑 가방은?!”

. 폰만 손에 들고 다니다가 어디다 놓고 일어났나 봐요.”

사람이 젤로 무서운 거다. 특히 지나치게 친절한 사람 조심해라.”

 

보림아~!

~. 어서 한 달 지나야 쓰겄돠, 할미 간 졸여 못 살겄다. 삼촌이 이 할미 맘 알라나? 모를 겨. 그니까 할미가 신경 끄는 게 삼촌한테도 편하다 하쟎여~. 에미 맘을 다~ 아는 자식들이 어디 있겄냐. 내 생전엔 이제 아무도 먼 여행은 하들 말았음 쓰겄다. 핵교 댕길 때도 유학이다 연수다 하는 통에 속을 썩었는디 아즉도 이렇게 속 썩는다. 할미는 그때나 이때나 바람 잘 날 없는 가지 많은 나무여~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