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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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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주부수업


BY 만석 2014-02-25

남편의 주부수업

 

앓지 말고 오래 살려했더니 맘먹은 대로 쉽지 않겠다. 그게 감기나 몸살정도라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긴 날을 몸져누워야 할 상황이라면 이게 고질인기라. 것도 남정네가 아프면 대우를 받지만 나처럼 마님(?)이 누웠으려니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 몸처럼 움직여 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TV에서는, 청하지 않아도 척척 병든 아내의 수발을 드는 남정네들도 많더라만, 내 남편은 도통 씨알이 먹히지 않겠다는 말씀이야.

 

여보. 나 한기가 도네. 따끈한 물 한 잔만 떠다 줘 봐요.”

원체 부엌 출입을 안 하던 양반이라

어디에다 물을 데우느냐?”로 시작해서 컵이 어디 있냐고 물으니, 차라리 벌떡 일어나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앓느니 죽지.’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소리겠는가. 다섯 누이의 오라비로 자란 귀(?)하신 몸인지라 물 한 잔 청하기도 어려운지고.

 

푸하하하. 물 한 잔 데우는데 한 시간이 걸리는가 싶더니 그래도 물을 대령한다. 유리컵에 뜨거운 물을 찰랑찰랑 부었으니 손이 좀 뜨겁겠는가. 그래서 머리를 썼다는 게 컵 밑에 행주를 받쳐 들고는 꽁무니를 빼고 색씨 걸음을 한다. 컵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걷더니 하마터면 문지방에 걸려 넘어질 뻔. ‘저 노릇을 어쩐다?!’ 아니 그보다도, 시어머님이 산소에서 벌떡 일어나지는 않으시려나. ‘감히 하늘같은 지아비를!!’하시겠지. 그래도 우스운 건 우스운 게다.

 

그러나 우습다 하면 다시는 부려먹기 힘들라 싶어 참자하니 기가 찬다.

이걸 뜨거워서 어떻게 먹어요. 찬물을 좀 떠다 줘요. 섞어 마시게.”

말은 잘 듣네 싶었는데 크~. 이번에는 찬물을 찰랑찰랑.

아이구. 쯔쯔쯔. 머리가 그렇게도 안 돌아가우? 누가 당신보고 머리 좋댜?”

마누라가 혀를 차는 이유도 모르고 멀뚱거리며 섰다. 키나 작은가.

 

두 컵을 다 찰랑거리게 물을 담아 오면 어째요. 하나는 좀 덜 채워야 섞지요.”

, ~! 그냥 마시지.”

나보고 심하다 한다. 그냥 마셔? 어떻게? 입이 데이거나 말거나 뜨거운 물을 그냥 마셔? 아니면, 추워서 한기가 드는데 찬물을 그냥 마셔? 눈이 찢어져라 째려보는 마누라 앞에 그이는 커다란 냉면기를 내려놓는다. 푸하하하. 웃자. 그냥 웃고 말자.

 

보림아~!

그동안 할미가 네 할아버지를 너무 안 시켜먹었구먼. 밥도 좀 지어보시라 하고 반찬도 좀 주물러 보시라 해야 쓰겄다아~. 혼자 사는 법을 가르쳐드려야겠다는 말씀이여. 할미 죽고 혼자 되셔도 니네 집에는 안 가고 혼자 사신댜~. 그러니 이제 할아버지 주부수업을 좀 시켜야겄는디, 할아버지랑 좀 많이 싸워도 이해하거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