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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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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지 마시게


BY 만석 2014-02-09

그렇게 살지 마시게

 

딸아이 짐이 이제야 모두 나갔다. 알뜰한 것이 짐차를 부르지 않고, 제 차로 옮기느라 시일이 걸린 게다. 이번 주말에는 옷을 옮기고 다음 주말에는 책을 옮기고 또 그 다음 주말엔. 옷이 적은가 책은 적은가. 치장용품이 적은가 말이지.

엄마를 자주 보니 좋지않수?!”하며 헤헤거리는 게 과히 밉지가 않다. 딸의 하는 양을 말없이 따라주는 사위도 보기에 썩 좋다.

 

제 집 정리도 정신이 없을 터인데 하루 날을 잡아 비워진 방을 깔끔히 치우고 제 집으로 향한다. 늙은 어미를 걱정해서겠다. 제 딴에는 하느라고 했지만 어미가 할 일은 따로 산더미인 것을. 방 하나가 더 생겼으니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본다. 덕분에 허전한 마음을 잊고 몸을 굴렸으니 몸살도 한 바탕 치루기 마련이다. 이제야 어수선한 머리를 행구고 돌아보니 과연 여유롭다 못해 곳곳이 허전하다.

 

시간이 여유로우니 자꾸만 아이들 생각이 난다.

엄마. 이젠 다 버리고 간단하게 하고 사세요.”라며 두 딸은 어미를 가르치려 든다. 그래도 버릴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지. 이것은 저것이 고장이 나면 대치해야 하고 요것은 고것 떨어지면 생각이 날 것만 같아, 찔러두고 쌓아두고 고이 접어 나비래라(ㅋㅋㅋ). 그래서 아이들은,

엄마네는 필요해서 뭘 찾으면 어느 구석에서든 꼭 나온다.”고 낄낄거린다.

 

내 마음이 그렇다 하니 영상통화를 하던 큰딸 아이가 나무란다.

“엄마는 한 오백 년 살 것 같수?! 지난번에 보니, 나 초등학교 때 쓰는 스텡 그릇도 아직 많더라구요.”  

이런이런! 어미를 위해서 뱉은 말일 터인데 자꾸만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렇지. 한 오백 년을 무슨 수로 살겠는가. 허나 왜 그 말이,

엄마도 가실 날 머지않았수.”라는 말로 들리는고.

 

어째서 내 생활이 이렇게 구질해 졌냐는 말이지. 돌아보니 내 생활은 오늘의 일만이 아니라 늘 구질 했던 거 같다. 매년(每年) 바뀌는 교과서와 참고서, 그리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먹거리와 교육자료와 옷등을 제외하고는 가능하면 돈을 들이지 않고 수십 년을 살았다. 아니 돈을 들이지 않았던 게 아니고 들이지 못했다는 표현이 옳겠다. 좋게 말하면 남보다 절약을 했다 하겠고, 나쁘게 말하면 짠돌이였다고 하겠다.

 

그래도 아이들은 저희들이 친구들보다 여유롭지 못했던 추억만 되씹는다. 뭐여?! 그럼 우리 부부는 공연한 헛일만 했다는 게야?! 그건 아니지. 지금 이만큼 사는 게 우리 부부가 짠돌이로 산 덕인 것을.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그리 살지 말거라. 지금을, 이 시간을 즐기면서 살거라.”

그리 사나 이리 사나 인생살이 별 거 아니야.”

 

 

 

보림아~!

할미가 말은 그라고 혀도 말이시-. 그래도 보림이랑 네 엄마 용돈도 주고 사는 게, 할미의 짠돌이 살림 덕분이 아니겄어?.

아빠한테 용돈 달라 하지 않고 사는 것만도 워디여~.

그랑께 절약은 미덕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