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당신이 필요해
“따르르 따따 콩콩따따. 띠리리리리 콩콩콩”
손전화가 운다. 책상 위의 시계를 돌아본다. 10시다. 손전화를 들여다볼 칠요는 없다. 노래소리가 그치면 뒤이어 들리는 소리.
“엄마~. 약은 자셨수?”
이 소리를 듣고 싶어서 울리는 노래 소리를 끄지 않고 다 하기를 기다린다. 약 먹기를 자주 거르는 어미에 대한 막내 딸아이의 배려다. 결혼을 하면서 가장 먼저 챙겨 놓았다 한다.
덕분에 약은 제 때 잘 챙겨 먹는구먼.
주방에서도 고운 노래소리가 들린다. 냉장고 문에 붙여놓은 알람이 우는 중이다.
어미의 건망증이 걱정이어서, 뜸들이는 시간이며 적당하게 찌개가 끓여지는 시간에 알람을 맞춰놓은 막내 딸아이의 쌘스. 허긴. 그동안 여러 개의 냄비를 태워먹었지. 버려지는 냄비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불이 날까봐 걱정이란다.
지금도 에미 걱정하느라고 제 일에 지장 있는 거 아녀~?!
약은 잘 챙겨 먹고 불은 잘 끄지만,
“어깨를 반듯이하고 앉으세요.”
“허리를 펴고 걸으세요.”하는 잔소리는 듣지 못한다. 제 말대로라면 집에 CCTV를 달아야겠단다. 아이의 걱정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곧은 자세를 한다. 영감이 혼잣말로 한걱정을 한다.
“핸드폰 둔 데 잃어버릴 때마다 그건 누가 찾아주나?! ”
'이젠 당신이 찾아줘야지. 그래서 당신이 필요한 거 아뉴. 히히히'
보림아~!
일 났다. 이것 저곳 고모 빈 자리가 너무 넓구먼. 우리 보림이 언능 커야 쓰겄다. 그래야 고모 대타(代打) 맡을 거 아녀~. 이젠 고모도 자유로와야 하고 할미도 이젠 고모를 놔 줘야제.
그래서 할미가 오늘부텀 메모를 착실하게 하기로 했다. 자꾸 잊어버리니 별 수 있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