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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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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마다 행복한 시어미


BY 만석 2013-11-29

금요일마다 행복한 시어미

 

모처럼 영감이 쉰다. 감기가 제법 독하게 온 모양이다. 감기가 왜 드냐던 그이도 이젠 늙은 게다. 잠깐 거실로 나가라 했더니 뉘었던 몸을 무겁게 일으킨다.

오늘 왜 이래? 심심한가? 대충 해.”

언젠 대충살았지, . 그치만 오늘은 안 돼요.”

영감도 이젠 길이 들었을 법도 한데.

 

오늘이 금요일이기 때문이다. 금요일은 며느님이 왕립을 하시는(?) 날이다. 그녀의 오빠와 내 손녀딸을 대동하고 말이지. 그래서 나는 금요일이면 부지런을 떨기 마련이다. 구석구석의 먼지도 긁어내고 늘어놓았던 살림살이도 제 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수건도 반듯하게 걸어야 하고 걸레도 바짝 말려서 접어놓아야 한다. 물론 어제 삶은 행주도 다시 삶아야 안심이다.

 

며느님들은 시어미의 왕립을 싫어한다고들 한다. 아마 나처럼 대충 살다가, 나처럼 뒤늦게 부지런을 떨어야하기 때문인가 보다. 그러니 내가 손녀 딸아이가 눈물이 나도록 보고 싶어도 참을 수밖에. 다행인 것은 며느님이 이 할미의 마음을 알아서 처신을 잘 한다는 게다. 토요일과 주일은 그녀의 오빠도 내 손녀딸도 휴일이니, 금요일마다 저녁을 택해서 내 집에 온다. 그래서 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고마운 일이다.

 

현관을 들어서는 그녀의 손에는 늘 무언가 들려있다. 주로 반찬이다. 어느 때는 멸치를 볶아 오기도 하고 새우젓으로 간을 한 호박나물을 들고 오기도 한다. , 카레도 그녀가 즐겨 들고오는 레파토리다. 어느 때는 된장을 푼 배춧국을 들고 들어오다가,

이 집엔 고깃국을 드시는데 된장국을. 쯔쯔쯔. ”하는 그녀 오빠의 핀찬을 받기도 하더군. 그러나 배춧국이면 어떤가. 내가 맛있게 잘 먹어주지 않았는가.

 

이만하면 나도 행복한 시어미지?!

어서 저녁을 지어야겠다. 자칫하다간 그녀에게 설거지를 맡기게 될 터이니.

 

보림아~.

이제부텀 저녁을 부지런히 해 먹고 설거지도 깨끗하게 해 놓을 것이여. 그라고 우리 보림이 좋아하는 밤을 삶을 것이로구먼. 보림이가 고 예쁜 입을 오물거리며 냠냠 맛있게 받아먹을 그림을 그리면서 말이지. 어여 와~. 할미가 눈이 빠지게 지둘리는구먼.

보림이 귀 좀 빌리자. 할미가 이젠 현관을 들어서는 네 엄마의 손에 자꾸만 눈이 가더구먼. 엄마한테 일르지는 말어라~. ㅋㅋㅋ.